무서운 아침을 기다리며

by 사월의 미도리

가늘고 얇은 풀들이 고개를 숙인다. 나도 땅을 보며 걷는다. 고개가 심장을 향하게 두고서. 난 녹색을 잃어버렸다. 아니, 색깔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내가 무슨 색이었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내 눈동자에 비치던 햇빛과 비바람, 오한과 온기 모두 사라졌다. 고통과 기쁨마저도 아무것도 없다.

조금의 온기도 없을 것 같은 길고 뾰족한 철근을 다섯 명의 인부가 동시에 합을 맞춰 나간다. 함께 나르고, 서로 무언의 약속을 한 듯 조심스레 내려놓자, 뒤에 있던 다섯 명의 또 다른 인부들이 하얀 불빛을 내며 작업을 시작한다. 너무나 차갑고 단단한 철근들 위로 지나다니는 그들의 정돈된 움직임이 내 마음을 데운다, 데워진다.

내일 아침 햇빛의 온기를 눈으로 품는다고 해서 언제나 내 마음속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가끔은 내 피부를 지지듯 무심하면서도 내 가슴속에 일말의 한기가 품어지는 때면 그 어떤 폭풍우보다도 나를 쓰러뜨리려 애를 쓰는 듯하다.

도저히 눈으로 바로 보지 못할 정도로 따사로운 태양을 바라보고, 햇빛에 물든 구름송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손으로 가려도 어찌할 수 없이 햇빛이 내 살갗에 드리우는데도, 나는 물에 반쯤 잠겨 차가운 채로 있는 달과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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