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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Dec 29. 2020

불안

 

'아름다음에 대한 집착' 일러스트 by Midori of April

 매 순간이 공포이다. 맥없이 축 늘어진 두 다리를 보자 그녀는 그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다리의 선명한 핏줄이 사라지는 것이 보이자 다시금 불안의 꽃이 살며시 고개를 들고선 그녀를 응시한다. 빨간 꽃봉오리가 피를 흘리며 그녀를 쳐다보면, 등줄기에 식은땀에 난다. 밤하늘에 이슬처럼 맺힌 달이 무심하게 그녀를 쳐다본다. 어둠 속에서 미처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가 또다시 눈을 뜨고 그녀를 찾는다. 그녀가 그녀의 어둠을 묻어갔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 영하의 날씨에서 그녀의 피를 응고시킨다. 그녀의 피에 한기가 돌자 다시금 떠오르는 기억. 마른 피부에 차가운 바람에 닿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녀의 의식은 달밤을 타고 흐르며, 저 밤하늘이 낳은 음지 식물의 잎이 되어가는 것이다. 차가운 대지에서만 자랄 수 있는 음지 식물의 잎이 되어, 온기를 잃은 채 허공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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