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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Jan 06. 2021

가로수

 

‘가로수’ 일러스트 by 사월의 미도리

가로수들이 가지런히 직선을 그리며 잘린다. 나뭇가지에서 새빨간 피가 흐르는 듯 나무가 조용히 하늘만을 응시한다.  나무들은 위가 잘린 채 밑동까지 자유롭지 못하게 철근 속에 묻혀 있다. 잘리는 나뭇가지들은 말이 없다. 피가 철철 흐르는 가지에서 새빨간 핏줄이 상기된 채 영하의 날씨에서 얼어붙는다. 몇 안 남은 나뭇잎들조차도 가차 없이 잘린다. 잘린 나뭇가지의 작은 나이테는 허공에 맺힌 눈 따가운 태양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어둠의 공기 속에서 체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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