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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Jan 07. 2021

귀국하는 길

나 자신을 방치했던 나

중국에서는 늘, 어딘지 부품이 하나 빠진 채로 살아가는 듯, 불안에 익숙해진 채로, 살아왔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느껴지는 안도감에 눈물이 흘렀다.

‘행복’ 일러스트 by 사월의 미도라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와 거리를 마주하자 태양이 뜨겁다. 그날도 하얀 햇빛이 내 머릿속을 검게 메웠고 나뭇잎들이 여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어찌할지 몰라 어정쩡한 자세로 오랫동안 지내온 나는 억지로 식욕을 참아가며 커피 한 잔을 사러 햄버거 가게로 가는 중이었다.

 발이 땅에 붙어 굳어지는 걸음마다 나의 숨을 묻곤 했다. 여름의 열기로 데워진 도로 위에 묻혀가던 나의 날숨들. 나는 새로운 길 위에서 걸을 수 있을까. 혼자가 익숙했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방치했다. 멍이 든 마음을 가린 채 더 혹독한 추위로 내몰았다. 흉터를 알고도 일부러 고개를 돌렸고, 사실 나 자신에게는 내면을 마주할 힘이 없었다.

 힘이 없다. 머리가 어지럽고 잠이 무겁게 온다. 쏟아지는 무기력함을 이불처럼 덮고 누워 나 자신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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