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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Feb 09. 2021

새하얀 바다를 마음에 품으며

 모난 자갈돌로 이루어진 내 마음이 바다 위에 부서진다. 하얀 파도에 부딪히고 그 위로 내려앉은 고요한 석양에 부서진다

 가파른 곡선의 산을 따라 하얀 파도가 푸른 바다를
그려 넣고, 겹겹이 쌓여 흘러가는 듯 하지만 다시 흩어지는 바다 위로 햇빛이 내리쬔다. 투명한 바다에 가지런히 쌓인 햇살이 너무 밝아 동공에 통증이 인다. 바다와 태양의 경계선이 마침내 허물어지고 하늘에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

 바다의 주름 사이사이마다 햇볕이 스며들어 내 마음의 틈새에도 환한 빛줄기가 파도가 되어 다가온다. 옅은 물결을 품고 흘러가는 바다가 햐안 물거품이 되어 암초에 부딪히며 땅을 적신다.
 

 햇빛을 품지 못한 바다라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가. 그 어느 날 내가 보았던 밤바다는 무서운 심연을 품고 나를 끌어들였다. 등대의 불빛이 둥글게 돌아가며 밝게 비출 때마다 흘러가는 파도는 미처 다 숨지 못하고 수면 위로 드러나며 흰 이빨을 드러냈고, 완전한 어둠 속에 다시 잦아들었을 때 나는 공포에 젖었다. 날 집어삼킬 듯이 깊은 어둠이 창창한 바다에 뿌려지며 고요 속에서 파도 소리만 차르륵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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