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of Midlife

토요일 11시, 중년의 작은 모험

by 프랭크

토요일 11시 집 앞 카페에 왔다. 자리에 앉고 보니 벽 쪽 테이블 세 개에 중년이 나란히 앉아 있다. 가게에 다른 손님은 없다.


양 쪽 모두 멀끔한 모습의 중년이다. 자녀는 꽤 클 것 같고, 이제는 주말 오전에 집에서 딱히 찾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둘의 아침 모험에 막내로 승선하게 됐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오른쪽 앉은 이는 은발의 곱슬머리를 풍성하게 기른 남자. 왼손가락으로 일본어 책을 더듬더듬 짚으며 노트북 화면과 비교하는 중이다.

왼쪽에는 다 마신 에스프레소 잔을 앞에 둔 40대 후반쯤의 남자. 휴대폰으로 여러 영상을 넘겨본다. 옆과 뒤를 깔끔하게 쳐낸 머리, 바른 자세 덕분에 인상이 사뭇 다르다.


아마 주말 아침 할 수 있는 중년 최대의 모험일 것이다.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재즈 피아노로 각색된 음악이 흘러나왔다. 너무 정직해서 오히려 어색한 재즈피아노와 나란히 앉아 있는 세 사람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힐끔거리던 사이에 은발의 남자가 떠났다. 잠시 뒤 왼쪽의 남자도 쟁반을 챙겨 자리를 나선다.


반가웠다.

안녕 중년.


그들이 떠난 자리에 금세 젊은 연인이 앉아 활기 있는 대화를 나누고 영상카메라를 중고거래 하는 이들이 어색하지만 꼼꼼하게 물건을 살핀다. 카페 공기는 어느새 바뀌어, 수다스러운 오후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최근 발을 다쳐 일주일째 산책을 못하여 찌뿌둥하던 참이다. 요즘은 출근 없이 집에서 하루 10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중이다. 사람의 모습과 소리들도 산책에 포함되는 것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산뜻한 공기를 마신 듯한 느낌이 이번 주 처음 들었다.


반가웠다.

외부의 자극.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 희랍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