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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May 11. 2024

문제의 씨앗 1: 대퇴사의 시대

어느 팀장 이야기 7

 팀장이 된 첫 1년 동안 꾸준한 퇴사 흐름이 이어졌다. 전임 팀장은 새로운 회사에서 자리를 잡은 후, 남겨졌던 팀을 함께 꾸린 팀원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그들을 새로운 기회로 이끌었다. 이들은 기존 팀장과 수년 동안 협력해 왔고 개인의 역량 또한 내가 담아내기에는 부족했기에 예상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앞으로의 비전을 내게 묻고 가늠해보기도 하였지만 나는 만족할만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팀장으로서 나는 이러한 변화가 팀을 인계받을 때부터 필연적인 과정임을 알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 번째 퇴사 흐름은 또 다른 1년 후 발생하기 시작했다. 첫 퇴사흐름이 끝난 후 1년여간 남은 팀원들의 노력과 새로운 팀원들의 합류로 팀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변화가 있었음에도, 팀의 시스템은 더 발전하고 정비되었다. 그 과정에서 젊은 팀원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나는 팀의 기여와 개인적 목표추구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업무영역을 격자 화하고 그 공간을 스스로 채워가는 구조로 독려했는데, 이들은 개인의 무수한 노력으로 그 공간을 무서운 속도로 채워나갔다. 어느 시점부터는 격자의 공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더 이상 줄 수 있는 공간이 남지 않았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사이 시장에서의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연쇄적인 젊은 층의 퇴사로 이어졌다. 그 사이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연차가 있는 팀원 몇몇도 시장의 유리한 조건을 보고 팀을 떠나갔다.


 결과적으로 팀의 절반 이상이 새롭게 교체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팀원들은 또 한 번 흔들리지 않고 빈 영역을 새롭게 합류한 팀원들과 채워나갔고 상처가 아물듯이 빠르게 팀은 재조직화되어 순항했다. 떠나간 이들 중 일부는 마지막 인사를 하며 팀장이나 조직 생활에 대한 불만이 아닌 좋은 기회로 떠남을 내게 전해주었기에 인사말이었더라도 고맙게 느껴졌다. 이번에도 시장의 흐름은 나도 직접 체감하고 있던 것이기에 스스로를 크게 자책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을 담아내도록 회사가 성장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묻어났을 뿐이다.

 

 그런데 적은 죄책감 뒤에는 더 치명적인 문제가 따랐다. 수많은 팀원을 더 좋은 기회로 떠나보내며 나의 뒤쳐짐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확연히 커진 것이다. 조금 더 선진적인 시스템을 경험하지 못하고 도태된 5년 뒤의 나의 실직이 고민되었고, 타 팀원들과 달리 한 조직에 오래 머물기만 한 스스로의 역량에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미래의 실직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새벽까지도 잠들지 못하는 밤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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