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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May 11. 2024

문제의 씨앗 2: 감사 시작과 착한 팀장 컴플렉스

어느 팀장 이야기 8

 그 시점에 큰일이 하나 발생했다. 회사의 감사팀은 구축된 시스템이 명백한 증빙자료에 근거하여 구매되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팀이 관리하는 시스템은 이전 팀장 시절부터 대규모로 구축된 시스템이었고, 회사 서비스 확장에 맞추어 연초에 추가 증설을 해둔 상황이었다. 감사팀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갖고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해온 시스템에 예산 측면의 문제제기는 빈번한 일이었지만 이번일은 전례가 없었기에 당혹스럽고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감사에 대해서는 의혹에 일치하는 사실이 전혀 없었기에 결과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았다.


 조사가 시작되고 감사팀은 자료 조사를 도와줄 팀 인력을 추가로 요구했다. 증빙데이터를 추출하거나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기술적 배경이 없는 이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자료에 대한 설명과 이해도를 위한 번역과 설명은 큰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팀원들의 개인의 발전과는 일말의 관련성이 없는 매우 큰 또 하나의 부스러기 같은 업무였다. 애써 만들어 유지하는 각자의 격자를 흔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긴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을 위임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결국 퇴사를 앞둔 팀원에게 일을 부탁하였는데 이마저도 떠나는 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의미 없는 일을 끝까지 요청해야 한다는 미안함이 컸지만 조사를 위한 업무의 절반을 부탁했다. 나머지 절반은 내가 맡았다. 수치를 제공하기 위한 집계로써 완전한 기술적 작업은 아니었다. 이 부분은 결국 위임하지 못하고 내가 수행하게 되었다. 의미 없는 파일명에 의미 있는 의혹을 부여한 감사팀과의 무한한 대화가 반복되었다.


 감사팀도 과정에 악의는 없었다. 절차적인 과정에 따른 조사였을 뿐이지만, 하지만 착한 팀장 컴플렉스에 빠져 있는 나의 고통은 쓰라렸다. 또 하나의 부족한 나의 역량이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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