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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May 11. 2024

임원의 두려운 연말, CEO의 끝

어느 팀장 이야기 6

 팀장을 맡은 지 1년이 지난 겨울, 내게는 임원과 사장의 직책이 가지는 무게와 불확실성을 체감하는 시간이 있었다. 임원들에게 겨울은 두려움과 종말의 계절이었다. 한 해 동안 자연스러운 존중을 받던 입장이었지만 그들의 삶 또한 마냥 즐겁지 않은 시기라는 것을 여실히 보는 시기이다.


 그 날은 연말 인사발표가 있던 날이다. 그룹 회식이 있었고 두 명의 임원이 회식 자리에서 그들의 마지막 근무일이 될 수도 있다고 농담처럼 가볍게 얘기하며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길에 나는 그들이 문 밖 건물 한쪽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방금 내년도 인사 발표가 난 직후였다. 그들은 살아남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로를 축하했다. 나는 그들이 발표 전까지 얼마나 많은 두려움에 떨었을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인사 발표와 함께 현 CEO에서 물러남도 기정 사실화 되었다. 그 날은 CEO의 작별인사 차원에서  옆 팀의 팀장과 함께 저녁 자리를 가졌다. 본인이 추진했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팀장들의 노고를 마무리에 도려하기 위함이었다.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인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업무 과정의 고민과 독서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 독서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자리는 담담했다. 사실 상 사장의 인사 결정은 공식 발표보다 훨씬 이전에 내려지기에, 모두가 사실은 알고 있었고 끝까지 대표는 잊지않고 고마움을 인사하는 자리였다.


 10년 전, 신입사원 당시에는 임원이나 사장으로의 성장이 하나의 길로써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바람직한 자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변화하는 회사의 상황속에서 많은 경력직을 경험하고 회사 밖의 이직시장의 흐름을 주워들으며 내 안에는 균열이 이미 크게 나 있었다. 팀장을 인계 받던 당시에도 직위의 상승보다는 팀장이라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획득할 능력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임원이 되거나 대표가 되겠다는 생각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날 밤은 여러모로 내 그림자가 기존의 사고에서 얼마나 멀찍이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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