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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날개에 대한 또 다른해석

이카로스의 날개에 대한 또 다른 해석



1.

원래 팔자가 억센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무언가를 하든 간에, 어떤 짓을 저지르든 간에 마(魔)란 것이 그의 앞길을 막아선다고 한다. 특히 아주 잘 나가다가 어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경험이 있는 놈이라면, 특별히 더 주변을 잘 살피고 경계를 더욱 잘 세워야만 하지만 막상은 그 입장이 되고 보면 그렇게 한다는 것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된다.


부조리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경우에 처한 누군가에게, 자신을 낮추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내가 아닌 남에게나 해당하는 것으로만 들릴 뿐, 자신이 그 대상이란 것을 인정하기에는 극히 힘든 일임이 틀림없다.


다이달로스의 경우에도 부와 명성을 누리면서 잘 나가다가 결국에는 도망자의 신분이 된 아테네에서의 경험과, 융성하게 대접을 받으며 자식을 낳고 잘 살아가다가 자신이 만든 미궁에 갇혀야만 했던 크레타 섬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어야 했지만, 자신의 재주에 대한 오만함 때문인지, 비록 어느 정도의 경계는 기울였던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비극의 주인공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된다.


아비의 간곡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아들인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까지 날아올랐다. 그로 인해 새의 깃털을 날개의 구조물에 붙이기 위해 사용한 밀랍이 태양의 열기로 녹아내려서 그 결과 바다로 추락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카로스가 죽음으로서 이 이야기는 이카로스의 비극이자 다이달로스의 비극으로 끝맺음하게 된다. 여담으로 자식이란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잠시라도 한눈을 팔지 않아야 하는 못난 존재인가 보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들 부자에게 닥친 비극이 무엇 때문인징[ 대해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 비극의 원인은 비단 이카로스에게만 있지 않다. 다이달로스가 아테네를 떠나 크레타섬에 오게 된 경위를 생각해보면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그 행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에 대해, 더욱 세심히 살피고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하늘로 날아오르고 난 후의 상황만을 생각해보면 비극의 원인이 이카로스에게만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그 비극의 기원은 다이달로스가 저지른 원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

우리가 흔히 <이카로스의 날개>로 알고 있는 다이달로스의 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일종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막상 그 내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게 되면 다이달로스라는 엄청난 재주를 가진 한 인간 사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막을 내리는, 한 편의 서사적인 기록 같은 것임을 알게 된다.


또한 다이달로스의 아들인 이카로스가 하늘을 높이 날아 태양 가까이까지 다가가고 이로 인해 추락해서 죽는 부분에서는, 그 강력한 우화적 암시로 인해 마치 이카로스가 주인공인양 보이기도 하는, 조금은 독특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이카로스의 날개 이야기>라고 부르며 이카로스의 행위와 그의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곤 한다. 그것은 ‘날개’라든지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 같은 것에 대한 인간적인 동경과, ‘추락’이란 것에서 느껴지는 비극적의 카타르시스가 막연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늘 비극을 촉매 삼아 인간에게 작용하고 인간을 비이성적으로 몰아가는, 중독성 강한 감성의 재료인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알게 된 아주 오래전, 내일이란 것조차 불안하기만 했던 그때보다도 더 이전의 어느 때부터, 다이달로스에 대한 막연한 끌림과 자신의 손으로 만든 미로에 갇혀야만 했던 그의 삶을 향하는 먹먹한 시선은, 언젠가는 풀어내어야만 할 넝쿨처럼 가슴을 조밀하게 엮어 놓았다.


자신이 만든 날개로 인해 추락하는 이카로스를 바로 앞에서 바라본 다이달로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시간을 좀 더 갖고 좀 더 제대로 된 날개를 만들어야 했었다고, 다른 재료를 찾았어야 했다고, 그랬더라면 이카로스는 죽지 않았을 거라고, 그 또한 인간이기에 다른 인간들처럼, 가슴을 치며 후회하지 않았을까. 다이달로스는 자신과 자신의 아들에게 발생한 비극의 원인이 자신 때문임을, 바로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제대로 인지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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