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_231122) /고일석
눈의 사막 겨울 기차역엔
대합실이 없다
몇 번의 하루 동안
바람의 울음을 들으며
기차를 기다린다
이윽고 길 없는 기차역에
검은 점 하나 터벅터벅
눈길을 밀치고 들어온다
눈의 사막에선
뜨거운 김을 푹푹 내뿜는
검은 낙타를 타고
사막 길을 건너야 한다
자국 잃은 저곳엔
여정 없는 빈 눈의 떠남만 있기에
어디가 종착역인지 알 수 없다
시간 지난 그것은
그냥 '그것'이 될 뿐이다
기차도 낙타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전부일 수도 있다
빈 것도 찬 것도
문자에 담으려고 드니
자꾸 사막 겨울바람을 맞게 된다
흔들리는 사막 낙타의 등에 앉아
마른 겨울 환상에 잡힌다
화구에 집어넣은 마른 자작나무 장작이
물안개를 잔뜩 피워 올린다
겨울 호수가의 환상에
괜스레 얼굴 뜨거워진다
낙타의 검은 발자국은
점점 형체 흐린 실루엣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