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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커피를 마시다가

묵은 커피를 마시다가     


가끔은, 기억은 분명치 않지만 분명 몇 시간 전에 마시다가 그냥 내려 두었을 것 같은, 책상 가장자리에 밀려 있는 묵은 커피가 좋아지곤 한다. 

온기며 향기며, 멋까지 다 날려 버린 지난 시간의 부산물은 짙은 갈색 버섯이 피어오르고 있는 중년의 마른 호흡과도 같아서 간절하게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원망의 눈빛으로 그 시절의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레인지의 네모난 공간에 가두어 아주 잠시만 열기를 더해 넣으면, 햇살 좋은 겨울날의 어느 하루가 그런 것처럼, 시리기는 하지만 꽤 근사한 시간을 갖게 해준다. 

커피는 마음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마음을 맞추고 있으면, 커피가 반응을 해준다. 

커피는 지나간 것들의 시간이다. 커피의 식은 온기는 내가 아니었기를 바라지만 나였던 내가 머물고 있는 시간의 퇴색된 발열 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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