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하루의 서쪽 바람이
뉘엿뉘엿 늘어진 구름 자락을
새색시 볼 마냥 붉게 물들인다
금세 사그라들 것을 알지만
너를 지운다는 건,
불빛 없는 검은 독방에서 맞는
유형지의 첫 밤과 같아서
살을 에이는 듯 차갑기만 하다
살포시 두 눈을 내리고
갈색 옹달샘 수면에 어른거리는
새뽀얀 안개꽃 송이송이를
행여 누군가 알아차릴 새라
가만가만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