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의 화실 생활에 대해

카라바조의 화실 생활에 대해


카라바조는 어머니 루치아 아라토리(Lucia Aratori)가 사망한 해인 1584년에 당시 밀라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던 화가 시모네 페테르자노가 운영하는 화실에서 도제 생활을 시작하였다.


“누군가가 운영하는 화실에서 도제 생활을 한다.”는 표현에는 “화가가 되기 위해 그 화실에서 수습생으로 지내면서 그림을 익힌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카라바조의 도제 생활은 그때부터 약 4년 동안 계속되었다.

카라바조가 태어난 해가 1571년이니 도제 생활을 시작한 해인 1584년은 카라바조가 열두 살에서 열세 살로 넘어가는 해였다.(통상적으로는 카라바조가 열세 살에 도제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카라바조는 그의 나이 열세 살 무렵부터 열일곱 살 무렵까지, 10대 청소년기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화실에서 다른 수습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림을 익혔다.

그 시절의 카라바조의 가슴에는, 비록 아직은 어린 나이였지만, 반드시 유명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10대의 이 시기는 굳이 부연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그 화실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대해서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에, 후일 카라바조의 행적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짐작만이 가능하다.


공방이라고도 불린 그런 류의 화실에서 도제 생활을 한다는 것은, 또래의 10대 사내아이들이 기성 화가들과 선배 도제들의 시중을 들어가며, 나름의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서로 경쟁적으로 그림을 익히면서 단체의 구성원으로 지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거친 소동과 다툼이 끊이질 않았을 것이고, 그런 크고 작은 사건들과 화실 소속의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통해 얻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사춘기 카라바조의 인격과 성향이 형성되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카라바조의 화실생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카라바조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흑사병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화실에 들어오던 해에 어머니마저 잃었으니 카라바조에게는 화실이 집이자 놀이터였으며 학교였다고 볼 수 있다.


갈 곳이 없는 것 중에서도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사람을 더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

카라바조의 내면은 10대 시절에 이미 그렇게 피폐해져 갔을 것이다.


하지만 카라바조는 10대의 사내아이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외적으로는 강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누구도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였기에 10대의 카라바조는 강해야만 했고, 그렇게 보이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였을 것이다.


카라바조의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에는 그가 10대 시절 대부분을 보내면서 화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남자로서 성장한 시모네 페테르자노 화실에서의 생활이 분명 그 저변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카라바조에게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화실은 외적으로는 '위대한 화가 카라바조'가 있게 한 산실이었지만 내적으로는 '결핍의 카라바조'를 발현시킨 '애증의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카라바조가 카라바조로 불리게 된 것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