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by 연지


퍽, 하는 굉음과 함께 마라톤 대회장이 아수라장이 된 것은 탄이 물품보관소 쪽으로 걸음을 막 옮기기 시작한 때였다.

폭발 현장은 다름 아닌 탄의 짐이 있는 A구역 천막 자리였다. 천막 옆으로 방금 막 도착한 구급차와 경찰차 들이 보였다. 탄은 같은 구역에 짐을 맡겼던 참가자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구르며 그 주변을 배회했다.

탄이 걱정하고 있던 건 그의 보잘것없는 짐이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엔 그저 딱 한 사람뿐 떠오르지 않았다. 때마침 한 여학생이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였다. 탄은 당황한 나머지 다짜고짜 옆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사람이 다쳤습니까? 설마 여기 지키고 있던 자원봉사자 학생은 아니겠죠?”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폭발 소리 때문에 놀라서 쇼크 받은 것 같더라고요. 다행히 아직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안 나왔어요. 어차피 조사 때문에 이 구역에 맡겨진 짐들은 다 못 찾아간다고 하던데. 더 큰 연쇄 폭발 있기 전에 빨리 여길 뜨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비에 흠뻑 젖은 아저씨가 탄에게 말했다. 탄은 남자를 바라보던 눈을 돌려 자신의 살갗에 들러붙은 티셔츠와 트레이닝 반바지, 젖은 양말과 운동화를 내려다봤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탄은 현장에 나와 있던 경찰에게 간단한 신원조사를 받은 뒤 우선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모든 조사가 끝나면 늦지 않게 짐을 돌려줄 것이며, 필요할 땐 추가로 간단한 조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설마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탄은 이나 때문에 한껏 예민해진 상태였다. 경찰은 바빠 죽겠는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는 듯 그를 한번 째려보고는 서둘러 현장으로 복귀했다.

뉴스에서는 온종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마라톤 대회 폭발 사건이 보도되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 등 역대 마라톤 행사장 사고 자료화면들과 함께 이나의 병상 인터뷰가 계속 반복되어 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죽지 않았고, 누구도 작은 부상조차 입지 않은 채 대회는 종료됐다. 남은 건 범인을 색출하는 일이었다. 다만 마라톤 대회장은 야외여서 CCTV 사각지대도 많았고, 참가자도 한둘이 아니었기에 상황이 정리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어쨌거나 탄은 안도했다. 부상자나 사망자가 없다는 말은 이나도 무사했다는 말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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