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

by 연지


누군가가 크게 다쳤던 날은 따로 있었다. 문제의 그날은 아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탄은 식탁에 올려두었던 유리컵을 깨뜨렸고, 컵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찜찜했다. 그는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유리나 거울이 깨지는 것에는 민감한 편이었다. 뻐근한 허리를 주먹으로 통통 치면서 흩어진 유리 조각을 대충 쓸어 담고, 일단 서둘러 수영장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발바닥 한복판이 연신 따끔거리는 걸 느꼈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수영장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물에 뛰어들었다.

탄은 재활 훈련을 받으러 가듯 매일 수영장에 다니고 있었다. 번역 일은 한 번 집중하면 다섯 시간 이상 내리 앉아 있게 되곤 했다. 그러다 보면 허리가 뻐근하기 일쑤였고, 척추 측만증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수영은 그런 탄에게 최고의 치료법이었다. 물속에 있을 때면 엄마 자궁에 들어간 것처럼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과거로 후퇴하거나 쌓아온 것들을 모조리 잃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실수는 만회할 수 있다. 깨진 유리컵은 쓸어 담아 치우면 된다. 새 컵을 사서 가져다 놓으면 그만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탄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토록 삶에 활력을 주었던 수영은 하루아침에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탄이 자유형 다섯 바퀴를 돈 뒤 물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그는 가쁘게 몰아쉬던 숨을 고르며 오른쪽 발을 앞으로 들어 올린 채 왼발로 버티고 섰다. 발바닥이 여전히 따끔거렸다. 아침에 깬 유리컵의 미세한 유리 파편이 보이지 않게 박혀 있는 모양이었다. 소독한 바늘로 발바닥을 헤집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막 내려 두려던 순간, 탄은 중심을 잃고 오른쪽으로 두세 걸음 휘청했고 그와 동시에 한 남자가 그의 옆으로 털썩 쓰러졌다. 곧이어 남자의 뒤통수가 바닥에 탕,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부딪쳤다.

수영장 타일이 핏물로 번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탄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깨어나 보니 그는 응급실에 누워 있었고, 아저씨는 의식을 잃고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상태였다. 아저씨의 딸은 중학생이었고, 그녀의 이름은 ‘인이나’였으며,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분한 표정으로 눈이 퉁퉁 불도록 울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 누워 있는 탄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빠가 깨어나지 않으면 각오하세요. 나는 당신의 이름을 평생 기억할 거예요. 당신의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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