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rang Apr 23. 2021

무엇이 걱정됐을까?

내가 사는 지역의 옆 동네는 작년에 한창 시끄러웠다. 두 가지 화젯거리가 있었는데 하나는 특례시로 지정해달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것이었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지나갈 때 거리와 아파트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지정해달라’와 ‘취소해달라’ 외치고 있는 풍경은 일 년 내내 지속되었다.      


특례시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를 선정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특례시로 지정되면 재정이 증가되고 복지혜택과 행정서비스의 개선 등 여러 혜택이 있다고 한다. 옆동네는 당시 인구 94만 명이어서 기준 미달이었지만 행정수요가 140만 명이고 하루 이동인구가 250만 명이라며 특례시로 지정해달라며 호소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 신혼부부와 청년층 등에 2500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공주택건설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외침도 한창이었다. 공공주택을 건설의 반대 이유는 인구증가로 학교가 포화상태가 될 거라는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차량이 많이 유입돼 도로가 더욱 혼잡해질 거라는 교통문제 그리고 그곳엔 보호종인 맹꽁이가 서식 중이라며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문제가 대표적인 이유였다. 도로변과 아파트에는  취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종종 살벌한 문구까지 보이기도 했다. 거리로 나와 시위까지 했을 정도니 주민들의 교육, 교통, 환경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지정 취소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고 최근에는 반대를 외치던 현수막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축하 현수막으로 바뀌었다. 

     

택시 민심이 진짜 민심이라 했던가. 가끔 택시를 타고 그곳을 지나갈 때면 기사님께 ‘여기가 이래저래 했다면서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택시 기사님들은 하나같이 ‘하여간 나쁜 사람들이라니까’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온도차를 알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최근 드러난 공기업 임직원들의 투기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횡포를 조금이나마 지연시켰거나 막아냈다는 기가 막힌 우화로 회자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울 수 없는 생각은 인구 6만 명이 부족해 특례시 지정이 안 된 도시가 인구를 늘리는 계획을 반대하는 부조화와 정말 그들이 걱정한 건 학급 아이 수의 증가와 왕복 6차선 도로의 포화상태, 그리고 맹꽁이였는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땡기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