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rang Apr 14. 2021

에세이 땡기는 날

비 오는 월요일 아침

출처 : 네이버 블로그 janet 님의 '비오는날 북촌 한바퀴' 중에

병원 진료 때문에 월요일 오전 반가를 냈다. 병원이 회사 근처라 여유 있게 진료를 볼 수 있었지만 오전 시간을 활용해보고자 9시 땡 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보고 약국에 들렀더니 9시 35분. 원래의 계획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기도 했고 또 읽고 있던 책이 날씨와 어울리지 않았다. 날씨에 따라먹고 싶은 음식이 있고, 듣고 싶은 음악이 있듯 읽고 싶은 책도 있다.  

    

그날은 아침부터 어둑어둑하더니 비가  방울씩 떨어지는 날이었다.  예보가 있긴 했지만 오전엔  내릴 폼만 잔뜩 잡고 있었다. 이왕이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책을 보고 싶어 책도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재빠르게 책을 구입하고는 북촌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북촌은 여전히 운치있고 고즈넉했다. 맘에 드는 카페를 찾으러 돌아다니며 한옥 기와 위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마지막 남은 벚꽃들과 인사도 하고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옥 쉼터에 앉아 약수 먹듯  한번 들이마시고  닫힌 어여쁜 가게를 보며 날씨처럼 무거운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점심 준비를 하는 식당에서 뿜어내는 식재료의  냄새를 맡아가며 북촌의 속살을 구석구석 들여다보았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창가에 앉았다. 따뜻한 라테를  모금 마시며 새로  책을 꺼냈다. 비가 오는 날이라던가 비가   흐린 날에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보내고 싶다. 이런 날엔 많은 사람과 수다를 떠는 것보다는 혼자 있거나  정도의 사람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래서 이런 날은 책을  때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왁자지껄한 소설보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그린 ,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드는 자기 계발서거대 담론을 논하는 사회과학 서적보다는  이야기,  이야기로만 속삭이는 그런 책을 읽고 싶다.      


그런 , 그러고 싶어 구입한 에세이집을 펼쳐 따뜻한 라테를  모금하고 작가와 둘만의 수다를 시작했다. 누가 창을 두드려 고개을 들어보니 아침내내 뜸들이던 비가 린다.


우리의 수다를 방해하는 건 오로지 잔잔히 흐르는 가사를 알 수 없는 어쿠스틱 팝송과 창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바퀴의 물 훑은 소리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