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기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우리 동네 도로변에 있는 소나무 네 그루가 숨도 못 쉬고 물도 못 먹어 시들어가고 있다. 높이도 10미터가 넘는 튼실한 놈인데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사계절 내내 푸르던 뾰족한 잎들은 날카로움을 잃어버리고 황달이 떴다. 모든 게 져가는 늦가을이라 그 모습이 더 처량해 보인다.
나무들이 죽어가는 이유는 신축빌라를 지으면서 나무 밑단까지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발라버렸기 때문이다. 한창 공사 중에도 시멘트를 덮인 모습에 걱정되었는데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공사가 마무리됐나 보다.
나무 걱정은 우리 가족뿐만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걱정을 넘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직접 호소하고 있었다. 주말 카페를 가기 위해 소나무가 있는 길을 지나가다 나무에 붙여 있는 흰 종이가 눈에 띄었다. A4크기의 프린트물이었다. 가까이 가서 내용을 읽었다.
‘나무가 죽어가고 있어요. 아스팔트로 나무 밑을 전부 막아버리면 나무의 뿌리가 숨을 쉴 수 없게 되어 서서히 말라죽게 됩니다. 나무 밑 주변의 아스팔트를 건어 내주어야 나무가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나라 소유의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건축주께 부탁드립니다. 나무를 살려주세요’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있었다는 것에 부틋하다가 이내 부끄러웠다. 난 나무가 죽어간다고 걱정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어떤 이는 나무를 살리기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했다.
걱정에서 끝나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작은 몸짓, 작은 행동이라도 표현해야 바뀐다. 이 단순한 진리를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 그래야 나무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다.
며칠 후 시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나무를 살려달라는 민원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