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개월 20일
요즘 주아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장난감 정리를 잘했거나 밥을 잘 먹었거나 퇴근한 나를 보고 달려와 아빠 보고 싶었어요 라고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다. 오른손을 펴고 심장 부위에 얹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면서 말한다.
“감동이야 감동.”
실제로 감동받아서 할 때도 있지만 칭찬의 일환으로 쓰기도 하고 계속 열심히 하라며 기대를 걸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자주 쓰니 아내도 자주 쓰게 되었고 주아도 가끔 따라 하기도 한다. 내가 장난감을 정리한 것을 보고 놀라는 체하면 주아는 나를 보고 말한다.
“아빠 간동이야? 간동?”
이런 말을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감 자 발음이 어려워 간으로 말하는 게 귀여워 죽겠다.
하루는 감동이란 말이 진심으로 터져 나온 날이 있었다. 주아는 기저귀를 벗어던진 지 오래됐지만 응가 실수가 잦았다. 팬티에 응가를 찔끔 싸고는 가만히 있는다. 응가는 마려운데 나오지는 않고 힘만 주다가 조금씩 나오나 보다. 심할 때는 하루에 서너 번씩 그랬다. 이런 날이 계속 반복되자 아내는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응가가 마려우면 변기에 앉으면 되는데 왜 계속 팬티에 묻히냐고 주아를 나무랐다. 주아도 이젠 눈치를 보는지 나한테 슬며시 다가와서 팬티에 응가가 있다며 치워달라고 엄마 몰래 말하기도 한다. 팬티를 갈아입다 들키면 나는 아내 눈도 마주 치치 못하며 다 과정이라고, 다른 집 애들도 다 그렇다며 주아를 감싸며 먼저 아내의 입을 막는다. 그러면 아내는 하루에 똥 팬티 네 개씩 빨아봐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하며 역공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방에서 야채를 다듬던 아내는 조용해진 집이 수상해 주아를 불렀다. 놀이방에서 자동차 놀이를 하고 있는 주아가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다. ‘주아 너 뭐해’ 큰소리로 말하며 놀이방으로 가다 아내가 놀라며 멈춰 섰다. 그 순간 아내는 큰소리를 말했다.
“감동이야 감동.”
주아가 연두색 아동용 변기에 앉아 힘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응가가 마려워 스스로 변기에 앉아 응가를 하는 모습에 아내는 놀랐다. 그동안은 응가가 마려우면 엄마, 아빠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이번에 혼자 변기에 앉아 응가를 하고 있다. 아내는 정말 기분이 좋은가보다. 인상 쓰고 앉아있는 주아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주아야 너무 감동이다. 너무 멋있다. 최고다.’를 남발한다. 나는 좋아하는 아내를 보며 거봐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 것을 왜 이리 보챘냐며 속으로 핀잔을 주면서도 스스로 응가를 하려는 주아의 의지에 미소가 멈추질 않았다.
“주아야, 정말 감동이야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