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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rang Apr 12. 2022

벚꽃잎

4월

출처: 프리픽스


벚꽃 눈 날리는 4월은 미안하게 예쁘다. 분홍과 하양 사이의 여리한 빛깔은 겨울 눈에 피 한 방울 섞인 색이다. 겨울을 이겨낸 고통의 색이다. 눈처럼 내리는 것도 그 때문일까. 겨울은 끝났지만 봄은 계절에만 머물러 있다.


떨어지는 벚꽃을 두리번 살피기만 하던 아이.  어느새 훌쩍 커 손으로 잡는 시늉을 한다. 내년이면 잡았다며 좋아하겠지. 그게 곧 내일처럼 다가오겠지. 하늘이 여리한 분홍빛으로 물들어 구름 조각처럼 떨어지는 벚꽃잎들. 와, 예쁘다를 외치다 나플대는 꽃잎에 고개가 따라가다 손바닥을 편다. 그 위에 앉는다. 내가 이 앨 구한 걸까.  떨어지는 모든 꽃잎을 다 잡길 바라며 두 손을 모아 내밀어본다. 실망한 아이에게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보라 한다. 떨어졌다고 모두 죽은 꽃은 아니라고.     


살아있는 건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만이 나이를 먹는 건 아니다. 죽음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 퇴색되듯 죽음도 그러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젊어지는 죽음. 아이가 커갈수록 더 선명해지는 슬픔. 아이가 없을 땐 마음이 울었다면 아이와 함께 있으니 온 감각이 운다. 그때의 일이 그러하다.      


벚꽃. 사월, 그리고 이어지는 차마 말 못 할 연관어.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좁은 공간에 갇히고 찬 바닷물이 발끝부터 차 오르면 혹시 올 연락을 기다리며 꼭 쥔 핸드폰을 보며 미처 말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미안하다는,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맞이한 그 쓸쓸하고 무서운...     


바닷물이 녹고, 초록 칠 이 한창일 때, 모든 게 살아나는 시기에  져버린  꽃잎들. 피 한 방울 나지 않아 더 믿기 어려웠던 그날. 그 피는 겨울에 미리 흘렸으리라. 눈에 섞여 아름다운 색이 됐으리라. 떠날 때처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뿌려지리라. 웃으며 기억하라고 웃더라도 기억하라고. 산자의 피는 더 이상 섞지 말라고.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찾아오겠지. 꽃자리에 잎이 나겠지. 잎은 제자리로 돌아가겠지. 겨울이 길수록 더 아름답겠지. 그때 모습대로 흩날리겠지. 아이는 두 손으로 꽃잎을 받을 수 있겠지. 놓쳐도 미안해하지 않겠지. 어른의 말을 기억하겠지.      


사라졌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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