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02
지난달 국내에 개봉한 영화 ‘바비’(그레타 거윅 감독)가 적지 않은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영화 작품으로서가 아닌 페미니즘과 연관되어 끝없는 젠더 이슈에 편승한 것인데요. 우리 사회의 식지 않는 감자와도 같은 젠더 갈등과 페미니즘. 영화를 영화로, 생각을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이 글의 운을 떼봅니다.
영화 '바비'는 어떤 영화일까?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의 감독 그레타 거윅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형 시리즈 중 하나인 마텔 사의 바비 인형을 기반으로 제작한 실사 영화입니다. 2023년 7월 미국과 한국에서 개봉하였으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시무 리우, 두아 리파 등의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영화 바비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많은 바비와 켄으로 이루어진 행복의 땅 '바비랜드'에 살고 있던 주인공 바비(마고 로비)와 켄(라이언 고슬링). 하지만 현실 세계의 영향으로 주인공 바비에게 신체적 변화가 생기자 바비와 켄은 현실 세계로 넘어가게 되고 이후 예기치 못한 여러 상황과 마주하며 모험을 해나가게 됩니다.
영화 줄거리의 골자는 바비가 모든 걸 할 수 있고 또 모든 게 곧 바비인 '바비랜드'라는 세계와,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짙게 남아 있는 '현실' 세계를 해학과 풍자로 대비시키며 점차 한 명의 여성, 나아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바비를 조명한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가 표현하는 페미니즘은 곧 휴머니즘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남성에 대한 지독한 혐오나 여성에 대한 인조적 불가침 권리를 옹호하는 극단적인 흑백논리가 아닌 것이죠.
하지만 국내에 해당 영화가 언론 플레이 되고 있는 양상은 상당히 극단적으로 보입니다. 영화가 약 114분의 러닝 타임 동안 서사하고 있는 사회 일면에 대한 블랙 코미디를 단 한 마디로 정의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바비가 한국에서 부진하다. 이유는 페미니즘."
영화가 국내에서 부진한 이유를 '페미니스트 낙인에 대한 우려'로 못 박는 기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페미니즘에 반대하고 실제로 그러한 우려감으로 영화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소재에 대한 관심도나 영화 취향, OTT 의존도, 콘텐츠 소비 형태의 차이로 인한 영향이 더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론과 기사가 일반화의 오류를 쉽게 범하며, 이 글조차 언론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에 가담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자유와 사회의 균형을 상징하는 페미니즘이 국내에서 유난히 극단적이고 가볍고 감성적이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논리적 비판이 아닌 감정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영화를 영화로, 생각을 생각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언론의 헤드라인. 오랜 역사를 가진 하나의 사상이 가십거리로 치부되게 만드는 미디어의 교활함에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 바비는 페미니즘 영화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걸 결정하는 것은 감독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고, 언론도 아닙니다. 영화를 감상한 관객, 다름 아닌 당신입니다. 남녀를 떠나 우리 모두가 같은 사람이고 그 당연한 걸 인정하는 것이 인본주의, 곧 휴머니즘이며 페미니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성을 여성으로, 영화는 영화로.
썸네일 Image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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