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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n Apr 19. 2021

나의 독일은 세모 모양

이 포스팅에서는 서론을 생략하고 독일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 혹은 환상에 대한 나의 의견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여섯 가지 주제를 하나에 글에서 모두 다루려니 내용이 길어져서 나누기로 했다. 이번이 그 첫 번째다. 


<1편>
1. 독일 집밥은 슈바인학세와 슈니첼이다?
2. 독일에서는 대학을 안 나와도 문제 없다?

<2편>
3. 독일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해서 영어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4. 독일 사회에선 나이가 중요치 않아 40살에도 신입사원으로 입사가 가능하다?

<3편>
5. 독일 사람들은 여름이면 샌달에 양말을 신는다?
6. 독일은 인종차별이 없다?


이 모든 물음에 정답은 없다. 모두 어떤 면에선 맞고, 또 어떤 면에선 틀리다. 한국에 살 때는 독일을 향한 저 모든 질문에 확실히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독일 생활 4년차에 접어드는 동안 이 사회의 새로운 면을 많이 겪었기에 저렇듯 간단해 보이는 질문에도 확실한 답을 하기가 어렵다. 어떤 사회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워낙 달라서 정답이라는 게 없다. 딱히 독일 뿐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내가 느낀 한국도 누군가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를 지 모른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내용들은 정말로 개인적인 체험들이므로 모든 문장에 '내 생각에는'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음을 참고 해주시기 바란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독일 집밥은 슈바인학세와 슈니첼이다?

학세나 슈니첼은 독일에서도 자주 먹지 않는, 그냥 유럽의 전통적인 음식이다. 한국으로 치면 오리백숙정도의 위치이려나. 주식이라기 보다는 특별한 날에 즐긴다. 독일인 친구 중에는 식당에서 한 번도 학세를 주문해 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행으로 독일에 왔다면 한 번쯤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플레이팅이 압도적이라서 외식하는 기분 내기에 딱이다.

독일에 오자마자 찾아 먹으러 다녔던 전통 음식들

한편 의외인 점은, 독일이 채식주의자의 천국이라는 거다. 슈퍼마켓엔 비건 용 대체육 코너가 별도로 있을 뿐 아니라 두유로 만든 요리용 크림, 오트밀크, 비건 치즈 등 온갖 종류의 비건 옵션으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식당에 비건 옵션이 존재하는 것도 모자라 젊은 비건이 많은 대도시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베트남식당, 일식당까지 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채식주의자 비율은 전 국민의 10% 수준으로 인도, 이스라엘 등을 이어 세계 순위권 안에 든다. (*한국의 채식 인구는 2% 정도로 추산) 내가 직접 아는 사람 중에도 채식주의자가 꽤 많을 뿐 아니라, 나부터도 독일에 살면서부터 고기를 한 달에 3~4번 먹는 수준으로 줄였다. 대부분 환경보호, 동물권 보호의 이유로 채식을 하고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고기는 오히려 몸에 나쁘기 때문에 피한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독일의 가장 일반적인 `집밥`은 무엇이냐. 빵에 버터, 치즈 등 냉장고 속 차가운 재료를 곁들여 먹는 별 거 없는 식사다. 특히 저녁은 Abendbrot(저녁 빵)이라고 해서 호밀빵에 버터나 후무스를 발라 그 위에 오이와 치즈, 햄 등을 올려먹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간단하고, 편하고, 재미없는 식사라는 점. 독일인들은 정말로 식도락이 없다. 식재료가 풍부하고 이것저것 재밌게 해먹는 한국식 밥상에 비해 독일식 집밥은 꽤 단순한 편이다. 

간단하다고 하기엔 너무 본격적이 되어버린 나의 독일식 집밥


2. 독일에서는 대학을 안 나와도 문제 없다?

한국 사람들이 독일 교육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매년 증가하는 데에 반해 아우스빌둥(전문 기술인력 교육 과정) 지원자는 크게 감소하는 중이다. 독일인들은 대학에 가는 대신 각국의 이민자들이 아우스빌둥, 단순 노동의 빈자리를 채워 나가는 추세다. 

이유 없이 올려보는 2018년 벨기에 사진

독일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가기를 원하며, 필요하다면 유학까지 지원해준다. 독일에서도 대학 졸업자의 연봉이 훨씬 더 높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심지어 교육열이 높은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비싼 사립 기숙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고학력이 대물림되는 현상은 독일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금융, 컨설팅 업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석사 학위가 거의 필수다. 이런 업계, 소위 대기업들은 석사가 없는 지원자는 애초에 뽑지도 않거나 승진에서 제외 시키는 경우도 있으니 한편으론 한국보다 학위가 더 중요한 셈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무직 노동자가 되어야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전세계적인 추세다. 그저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주변에 아우스빌둥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교육 과정을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가거나 학사 과정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찾아서 어떻게든 학위를 받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유 없이 올려보는 `18, `19 에어비앤비 사진

물론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아직 50% 정도 수준이다. 독일은 노동자와 중산층의 강국이고, 소득에 따라서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쉽게 말하면 빈부격차가 작다. 적어도 그 차이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엔 다 돈이다", "돈으로 행복도 산다"라는 흔한 말을 독일에 와서는 거의(라고 썼지만 사실은 한 번도) 듣지 못 했다. 내 친구 중에는 작년부터 월급을 일부 삭감하는 대신 휴가를 더 받도록 계약서를 고쳐쓴 사람도 있고,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문 기술을 배우는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냐, 독일 사회에서 갈수록 대학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건지 아니면 대학을 나오든 말든 별 상관 없다는 건지. 이 짧은 글을 통해 모국도 아닌 나라의 문화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창피해지려고 하여 나의 결론은 세모라고 하겠다.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 "Wir lieben Bier(우리는 맥주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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