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끝난 줄 알았던 CRM 다시 보기
개인적으로 전공도 그렇고 CRM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에 국내에서 CRM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책을 보거나 정보를 찾진 않았습니다. 부제목에 썼듯이 정말 2000년대에 유행이 끝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우버 블로그 글을 읽다가 CRM팀에 대한 언급이 있어 우버 같은 젊은 기업에도 CRM팀이 별도로 있다는 것에 놀랐고 관련 책을 찾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CRM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이 책 내용을 정리하고 제 생각을 조금 적겠습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CRM이란
[이론편]
기업의 다양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여 고객과의 관계 획득, 유지 및 강화 등 전체 고객 생애주기에 걸쳐 고객과 기업 상호 간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한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경영전략 또는 패러다임이다.
[실무편]
고객중심적인 마케팅, 영업, 고객 서비스 전략체계
CRM에 대한 오해 풀기
CRM은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이 아니라 전사적인 고객관계 관리를 위한 패러다임이다. 단순 정보시스템은 이미 경영정보시스템(MIS)이라는 이름으로 연구가 잘 되어있다.
CRM은 사후 서비스가 아니다. AS, CS 혹은 관계마케팅과 연결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보다 넓은 영역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프로세스이다.
CRM은 멤버십, 로열티 프로그램이 아니다. CRM 차원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산업에서는 CRM 정신에 어긋나게 제공하고 있어 오해가 쌓였다.
CRM은 마케팅이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분석 기능의 일환이 아니다. 회사와 조직의 상황에 따라 마케팅 부서에 속할 수도 있고, 영업 부서에 속할 수도 있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이상적인 CRM 조직은 오히려 CRM 부서가 가장 크게 있고 그 하위에 마케팅 팀, 영업 팀, 고객 서비스 팀 등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CRM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이 아니다.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은 계량경제와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마케팅 최적화 방법에 가깝다면, CRM은 고객자산가치라는 전사적 성과지표 하에 모든 경영활동을 고객단위의 통합된 관점으로 최적화하려는 철학이다.
모든 전략적 활동처럼 CRM 전략 역시 계획, 실행, 학습, 피드백의 전략 순환고리 활동을 따라야 한다.
CRM은 금융, 유통, 통신 산업에서 가장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제조사의 고객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다양해지고 쉬워지면서 다양한 제조 산업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고객
CRM은 관계를 중요시하기에 두 번 이상 구매가 발생한 고객부터 본질적 관리 대상의 고객이 된다.
실소비자(ex. 자녀)와 의사결정자(ex. 부모)가 다르다면 되도록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CRM 전략을 전개하고 상황에 따라 데이터 획득 대상자(실소비자)만을 위한 CRM 전략도 가능하다.
관계 진화이론
구매자와 공급자의 관계가 인지, 탐색, 확장, 몰입의 단계로 점차 진화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관계 유지를 위한 공급자의 노력은 이러한 일련의 관계 진화 단계에 따라 적절히 변화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자산가치(customer equity)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얻는 가치
기업의 모든 고객이 기업에 제공하는 재무적 기여의 총합
직접적 기여 가치는 고객 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 모형을,
간접적 기여 가치는 고객 추천 가치(Customer Referral Value, CRV) 모형을 활용해 측정할 수 있다.
고객가치요소
고객이 기업으로부터 얻는 가치인 인지적 가치
구매가치, 브랜드 가치, 관계 가치로 구성되는데, 고객이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이유는 반드시 세 가지 가치요소 중 하나 이상에 근거한다.
고객만족
어떤 대상에 대한 기대 수준과 실제 경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 정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의 결과
공격적 경영전략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확장을 통한 시장 팽창과 시장 점유율 증대가 필요하지만, 시장이 경쟁국면으로 들어가면 방어적 경영전략을 펼쳐야 하고 이때 중요한 것이 고객만족이다.
고객 로열티
특정 상품, 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구매, 이용하려고 하는 의지 또는 몰입의 정도
고객만족도에 비해 조직의 재무적 성과와 보다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적 로열티'와는 다르게 잘 보이지 않는 '태도적 로열티'가 존재하고, 두 가지가 공존할 때 진정한 로열티라 할 수 있다.
태도적 로열티가 없는 경우 경쟁사의 등장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공정가치이론
'퍼주기식 CRM', '쥐어짜기식 CRM' 모두 지속적 운영이 어렵다. 고객이 얻는 가치와 기업이 얻는 가치가 공정하고 상호 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 진화과정과 그 목적에 따라 전개되는 CRM 활동들
관계 획득전략
고객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
관계 유지 전략
획득한 고객과의 관계를 안정화시키고, 반복적인 구매를 유도함으로써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화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
관계 강화 전략
안정적인 고객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강력한 상호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 관계의 폭과 깊이를 더욱 강화시켜 나가는 일련의 활동
CRM 운영지원전략
관계 획득, 유지, 강화 등의 CRM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직접적이지만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활동
CRM 인프라 전략
고객지향적 기본 역량을 나타내는 전략으로 CRM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도 고객이 존재하는 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경영활동
제품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제품 판매 중심에서 고객 문제 해결 중심으로
기존 마케팅은 방향과 활동이 제품 생산에 종속적이거나 부수적인 기능이었지만, CRM 관점에서는 심한 경우 고객 니즈에 기반하지 않는 제품의 기획 자체가 부정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면 접촉해 왔던 고객을 자사의 고객이 아니라고 판단한 기존 영업과 달리, CRM 관점에서는 고객 문제 해결에 자사의 솔루션이 맞지 않는다면 타사의 제품, 서비스를 권장할 수도 있다.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에서 4R(Right customer, Right product, Right time, Right channel)로
소수의 직감에서 정보와 체계에 의한 과학적 접근으로
부분 최적화에서 전체 최적화로
사업 단위별로, 제품별로 개별적 활동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CRM에서는 고객이 목적이기 때문에 관계 형성과 유지에 전체 최적화된 관점으로 활동들이 진행된다.
제품별 판매량에서 고객별 자산가치로
전통적 관점에서는 제품 판매량이나 매출액을 성과지표로 삼아서 1+1, 2+1, 20% 할인과 같은 가격 중심의 프로모션이 이뤄졌다면, CRM에서는 고객별 자산가치를 증대하는 것이 성과지표이기 때문에 신규 고객 확보에 지나치게 힘쓰기보다 기존 고객 대상으로 반복 구매에 의한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CRM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데이터 마이닝을 하는 조직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들만의 정신이라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부 내용은 부품 바꾸듯이 바꿀 수 있고 이미 바꿔왔지만 이들의 차별점인 CRM 정신은 바뀌는 순간 CRM이 아닌 기존에 있던 것들에 부분적으로 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 마이닝, 경영정보시스템(MIS) 같은 것들에 말이죠.
이 글을 보면 마치 CRM이 기존 방식보다 좋고 윤리적이고 착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전사적 운영이 길게 유지된 사례가 많지 않고 실험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며 만약 결과가 확실히 기존 운영 방식보다 좋지 않다면 이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보이는 것을 떠나서 결과도 좋아야 정상적인 전략이고 패러다임이니까요. 착한 소비를 마케팅 포인트로 앞세우고 성장했던 탐스는 착하기만 해서 망해가고 있죠.
CRM 검색량
CRM이 유행이 지나는 것 같다고 얘기했었죠? 정말 그런지 확인해보기 위해 구글 트렌드에서 비교해봤습니다. 비교 대상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이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머신러닝 혹은 딥러닝이 더 검색 많이 되었을 거라 예상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이렇게 예상하고 검색했는데 최근 5년 검색량 추이는 반전이었습니다.
다른 검색어가 올라오는 추세이지만 차이는 압도적으로 CRM이 높습니다.
이상하게 느껴져 국가별 검색량도 확인했습니다.
중국 옆에 조그맣게 노란색이 보이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CRM보다 Deep learning 검색량이 높은 두 나라 중 한 곳에 우리가 살고 있었네요. Machine learning은 대체로 Deep learning보다 많이 검색되었습니다. 역시 중국과 우리나라 빼고요.
교양서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구성도 괜찮고 CRM에 대해 교양 수준에서 필요한 만큼만 잘 다루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CRM은 2015년 여름 정도에 검색량이 따라 잡혀 계속해서 차이가 벌어지는 중입니다. 알파고 때 Deep learning이 크게 올라오고 이후 점차적으로 Machine learning과 격차를 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