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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분석가 May 13. 2024

철학자가 아니어도 철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

나는 진화하며 살기로 했다

나는 IT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당연히 철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철학이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보편적으로 철학이 없는 삶보다 철학이 있는 삶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좋다고 함은 어떤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행복하다', '신뢰를 얻는다', '(자신이 정의한 성공의 개념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다' 등등이 있을 것 같다.



철학은 원칙이다


사내 스터디 중 비교적 철학에 가까운 주제를 발제한 분이 있었는데 다른 스터디 멤버분께서 "철학책을 읽으면 뭐에 좋아요? 저는 철학책을 읽고 뭐 바뀌거나 한 적이 없어서..."라는 질문을 하셨다. 이 질문은 경험상 그냥 맞는 말이었다. 철학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 피로사회(Mudigkeitsgesellschaft) 등을 읽고 내 행동적 변화가 있었나 하면 조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다른 분들 얘기하는 걸 듣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다 되어 정리하는 중에 재채기하듯이 참지 못하고 이 얘기가 나왔다.

철학은 인생의 원칙 같아요


가끔 나조차 통제할 수 없는 직관적으로 나오는 내 생각에 역으로 내가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이 순간도 그러했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꼭 철학책을 읽어야만 생기는 건 아니다. 사실 현대의 철학이라는 것은 파편화된 여러 학문이나 생각 중 일부일 뿐이라서 오히려 현실에서 멀다. 마치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이 더 이상 우리가 초중고 때 공부했던 수학이 아닌 것과 같다. 작은 범위의 철학 혹은 수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분야에서 잘해주시면 되고, 일반인으로서 우리는 큰 범위의 철학 혹은 수학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내 가치관, 종교, 성격과 성향, 환경,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들이 결국 나의 철학이 되고 그 철학을 적극적으로 곱씹으면서 정립해 나가면 그것이 삶의 원칙이 된다. 다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우리만의 버블 속에서 내가 가진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들만 취하고 아닌 것들은 무시하게 된다. 이는 원칙이라기보단 확증편향으로 볼 수 있고 이를 극복해 진짜 나만의 원칙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하거나 많은 경험을 정리한 내용을 흡수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여기서 후자에 도움을 줄 것이며 그중에서도 철학책은 조금 더 철학적인 특정 주제에 대해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원칙은 장기적으로 이긴다]


우리는 살면서 쉴 새 없이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심지어는 단지 걷는 행위조차 우리는 의사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걸을 때마다 신중한 고민 후 결정을 내린다면 걷는 꼴이 우스운 건 둘째치고 제대로 걷지 못할 것이다. 지적인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세상에 살기 때문에 매번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100번의 기회가 있다 했을 때 확률적으로 더 좋은 의사결정은 할 수 있다. 다음은 책 '원칙'에 나오는 원칙이 필요한 이유이다.

원칙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도록 만들어주는 행동의 기초가 되는 근본적인 진리이다. 이런 원칙들은 여러 비슷한 상황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반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날마다 대응해야 하는 수많은 상황과 마주친다. 원칙이 없다면 인생이 우리에게 던지는 모든 상황을 마치 처음 경험하는 일처럼 대응해야 할 것이다. 상황들을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식에 대한 훌륭한 원칙들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더 빨리,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더 좋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훌륭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성공을 위한 처방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심지어는 '귀여운 건 무조건 옳다' 같은 장난스러운 말도 원칙이 될 수 있다. 일관적으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훌륭한 원칙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삶의 원칙은 바뀔지언정 원칙 없이 살아가는 것보다 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더 좋다.




나는 진화하며 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철학/원칙을 가져야겠다 생각했고, 나와 비슷한 방향의 생각을 가진 그러나 훨씬 앞서나간 생각을 가진 나심 탈레브와 레이 달리오의 생각을 잘 녹여내고 싶었다. 그 생각들을 축약하고 축약해서 본질만 남기니 우리는 모두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결국 그 변화 속에서 진화하며 살아가는 것, 진화할 수 있게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각의 출발점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진화하며 살기로 했다.


아래 사진처럼 현생 인류의 진화 과정을 그린 것, 포켓몬/디지몬의 진화 등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진화의 모습이다.


하지만 방향성이 있는 우리 머릿속 진화(심지어 위 사진은 진화하면서 점차 허리가 펴지고 키가 커진다)와 달리 종의 기원에 기반을 둔 진화론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그중에 새로운 미래를 맞닥뜨렸을 때 가장 잘 맞는 것이 생존하는, 방향성 없음이 포인트다. 그렇게 살아남은 유전자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사람이라 정말 다행인 점은 (비유적 표현이긴 하지만) 유전자가 아닌 한 명의 사람도 살아가는 동안 진화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어릴 때는 소설책을 포함해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글자 읽는 속도가 느려 언어(국어) 영역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부터 언어만 성적이 안 좋았고 결국 재수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월에 책 1권 이상 읽는 사람이 되었다. 또 어릴 때는 스포츠를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은 잘 하지 않는다. 이것은 옳고 그름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상황이 바뀌었고 그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 변화한 결과이다. 조금 더 길게 표현하자면 내가 살고 싶은 모습,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상황이 바뀌면 선택해야 하는 것들도 바뀌기 때문에 거기에 또 맞춰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계속해 바뀌는 상황이, 심지어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 진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시대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변화로부터 도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면서 마주한 변화와 그럼에도 잘 살아남는 사람들의 특징]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굉장히 많은 변화를 맞닥뜨렸다. 컴퓨터라는 걸로 게임을 할 수 있었고, 2002년 월드컵에 한국이 4강에 들었고, mp3 플레이어가 생겼고, 1타 강사의 강의를 인강이라는 걸로 듣게 되었고, 아이폰이 생겼고, 문자 대신 카톡이라는 걸 쓰게 되었고, 물건을 시키면 당연히 다음날 와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고, 다들 무선 이어폰을 써서 유선 이어폰이 스타일링 아이템이 되었고, 대 유튜브 시대가 되었고, 메타버스 시대가 올 거라고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꿨고, 코로나라는 하나의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꿔놓았고, 비트코인 가격은 1억을 찍었고, ChatGPT를 비롯한 AI 서비스가 급격히 세상을 바꾸었고, 1인당 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를 거라는 전망이 나왔고, 유니콘 밸류를 받는 솔로프리너가 언제 나올까로 내기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어떤 시대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커리어적으로도 짧은 시기지만 취준생 때 21세기 가장 섹시한 직업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떴다가, 스타트업이 대기업만큼 조명받게 되었고, Web3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가다가, 개발자 열풍이 있었다가, PM/PO가 업계의 주인공처럼 칭송받고 있다. 앞으로 어떤 커리어가 각광받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흐름에 올라타서 부를 일궜고, 누군가는 잘 나가다가 물이 빠지면서 과거에 잘 나가던 사람이 되었으며, 누군가는 당대 가장 유행하던 사업을/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다가 막상 뜻을 펼치려 하니 이미 물결이 지나간 후였다.

앞으로 연재하면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런 불확실한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나름의 규칙도 있는 것 같다. 인재 밀도가 높은 지금 회사에 있으면서 현재 회사에 큰 기여를 한 사람들,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이직해 왔지만 그 회사에서 정말 큰 기여를 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거기에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대단한 사람들의 정보까지 고려했을 때, 어떤 회사에서 적당히 잘 한 사람 말고 그 회사 역사에 남을 만큼 잘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특성이 있었다.


1. 당장 나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회사 전체 관점에서 최선의 일을 추진한다.

2. 직함이 자주 바뀐다. 직함이 자주 바뀌지 않더라도 하는 일은 여러 직무의 경계를 넘나 든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1번 특성의 결과이다.

3. 적당한 결과보다 압도적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4. 최소한 일정 기간 이상 회사에 재직한다. 단발성 성과는 적당히 잘 한 사람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과는 일정 기간 쌓여야 완성되고 그래야만 회사 역사에 남을 만큼 잘한 사람이 된다.


물론 나는 평생직장이란 없다 생각하고 결국 모두가 자기 사업(아니면 투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회사에서 돈을 벌면서 성장(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는 것은 개인 사업을 할 때도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직의 규모가 바뀌는 것뿐 진화 관점에서 정말 잘하기 위한 원칙은 비슷해 보인다.


아무쪼록 진화하며 살겠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상에 대해 계속해서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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