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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분석가 May 20. 2024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

진화하는 사람의 성장 방법

이 글의 단 하나의 전제는 세상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사실 변화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각 분야마다 성공 공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 같은 거창한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실제 세상은 변화하는 시기유지되는 시기가 교차하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유지되는 시기에는 점진적으로 성공 공식이 다듬어지고 결국 분야마다 정답에 가까운 공식이 생긴다. 소 키우고 애 많이 낳아서 농업 생산량을 늘리는 공식, 특목고에 가서 명문대에 진학해 대기업에 입사하는 공식, 코인과 미국주식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하는 공식, AI를 활용해 돈 버는 공식 등이 있(었)다. 이는 아주 거시적인 시점에서 서술한 것이고, 더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변화가, 그리고 개개인의 삶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변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려보자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고 실험을 해보자. 10년 전 스마트폰이나 못 만든 스마트폰은 부서져서 정상 작동이 안 될 것이다. 잘 만든 요즘 스마트폰은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부서지는 스마트폰은 프래질(Fragile)하고 부서지지 않는 스마트폰은 강건(Robust)하다. 강건한 것은 좋다. 그러나 이 글에서 추구하는 게 성장이었다는 걸 다시 생각해 보면 강건함은 성장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성장의 주요 속성 중 하나가 변화라는 점을 주목하면 부서진 스마트폰이 더 많이 변했다. 강건함은 변화의 여지가 조금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성장을 추구한다면 부서지는 경험의 결과물이 긍정적인 세계(프래질한 것은 결과가 부정적)를 추구해야 한다. 만약 떨어뜨렸더니 부서졌다가 아이폰 14가 아이폰 15가 된다면 이거야 말로 성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실제로 이런 일은 없다. 무생물은 그 자체로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스를 생각하면 근섬유가 찢어지고 다시 재생하면서 커지는 것이 근성장의 원리로 알려져 있다. 나는 정강이 뼈가 골절된 적이 있는데 골절된 오른쪽 뼈가 왼쪽보다 굵다. 이것이 부서짐으로 인해 성장하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고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안티프래질의 예를 더 들어보자. 백신을 맞는다는 것은 몸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인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몸은 그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일을 하다가 면역력이 높아진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도 어떤 종이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만들어내고, 그중 다수의 돌연변이는 없어지지만 살아남은 돌연변이가 그 유전자를 이어간다. 기린 중에 목이 긴 기린도 있고 짧은 기린도 있었을 텐데 결과적으로 목이 긴 기린이 살아남으면서 그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진화를 통해 더 강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격언은 그 자체로 안티프래질의 정의이다. 이 격언은 굉장히 유의미하니 이걸 기반으로 더 설명을 이어가 보자.



안티프래질의 속성 : 프래질을 통해 안티프래질 해진다.


다시 위 안티프래질 예시들을 살펴보자. 찢어진 근섬유는 그 자체로는 찢어졌기 때문에 망가진 게 맞다. 진화론 기린 사례를 생각해 보면 목 짧은 기린은 대를 못 이어 소멸했다. 설명이 단순한 예시만 선별했을 뿐, 안티프래질의 모든 사례는 그 하위 단위에서 프래질 하다는 속성이 있다.

학술적 지식이라는 것도 안티프래질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지동설이 관측된 과학과 일치해서 맞기도 하지만, 진화적 관점에서는 천동설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다 죽었기 때문에 맞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양자역학에 반대하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남겼는데 결국 죽었고 양자역학이 표준 과학이 되었다.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나 스포츠 전술도 단순히 이론적으로 맞고 틀려서 지속되는 게 아니고 여러 시도를 통해 대부분이 살아남지 못하고 특정 방향으로 한 회사나 팀이 살아남음으로써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인간 사회도 계속해 발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는 누군가가 피해를 입고 그러한 케이스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이나 문화가 개선되면서 결과적으로 인간 사회가 성장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안티프래질 하고자 하는 그 단위에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고, 그 하위 단위에서 프래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린 개별 개체가 소멸하는 건 기린이라는 집단의 유전자가 이어지게 하지만 기린을 모아놓고 다 죽이면 안티프래질이고 뭐고 없다. 기업도 스포츠 전술도 인간 사회도 (안타깝지만) 누군가의 피해, 몰락과 패배, 죽음, 희생으로 발전하지만 인간이 다 죽으면 그저 종이 소멸한 것이다. 물론 인간의 더 상위인 대자연에 있어서는 대자연이 더 안티프래질 해지기 위한 하나의 케이스일 수 있다. 이쯤에서 다시 니체의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격언을 보면 내가 죽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죽인다는 것은 심정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식물인간이 되거나, 중요한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병원에만 있어야 하는 경우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면 육체적으로는 죽지 않을 정도의 신체 고통, 정신적으로는 죽음에 가까운 수준의 정신적 고통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 고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룬 내용종합해 안티프래질이라는 속성을 성장으로 만들어내는 전략을 유추할 수 있다.



바벨 전략 : [생존 게임]과 [성장 게임]만 생각하라.


적어도 나는 인류가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내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죽으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극도로 신경 써야 한다. 현재의 현금 흐름으로는 밥 먹을 돈도 부족해지겠다 싶으면 일을 하거나 절약해야 한다. 현재의 건강 상태로는 금방 심각한 병에 걸리겠다 싶으면 치료를 받거나 운동을 하거나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 현재의 사회생활 방식으로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겠다 싶으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안티프래질이라는 속성으로 성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바벨 전략의 한 축이다. 나는 이것을 생존 게임이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생존과 성장은 다른 일이다. 니체의 말을 빌리다보니 성장이 고통을 통한 것처럼 적었으나 정확히 하면 성장은 변동성(volatility)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더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변화를 만들면 된다. 우리가 의도치 않아도 오는 변화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있지만, 우리가 의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주도적으로 변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수에 비유하면 스타일 변화를 계속 주는 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가수는 높은 확률로 몇 번에 거쳐 스타일 변화를 줬을 것이다. 심지어는 같은 앨범 안에도 여러 스타일의 노래가 있을 것이다. 더 신기한 것은 A 스타일로 잘 됐는데 이후에 컴백할 때는 성공한 A 스타일이 아니라 B 스타일을 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계속해서 변화를 주는 것이다. 물론 앞서 강조했듯이 안티프래질은 하위 속성의 프래질함에 기반해 달성된다. 따라서 변화를 준 모든 노래 혹은 활동이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일부가 얻어걸려 성장으로 이끈다. 가수는 음악을 파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장한다는 것이 더 많은 판매량을 의미하고, 동시에 연예계에 얼마나 오래 남느냐도 성장에 의해 결정된다. 심지어 칸예 웨스트(Ye)는 디자이너 활동, 성시경은 먹을텐데 활동까지 변동폭을 넓힌다. 스타라는 범주에서 더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계속해서 변동성을 만들어내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을 나는 성장 게임이라고 분류한다.


나심 탈레브는 중간은 고려하지 않고 양 극단에 있는 생존 게임과 성장 게임만을 생각하는 것, 그것을 얇은 일자 봉에 양쪽에 무거운 플레이트를 놓은 모양에 비유하여 바벨 전략이라고 불렀다. 이 바벨 전략은 초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 가능하다. 진화하며 살고 싶은 나에게 바벨 전략은 중요한 생각의 프레임워크로 앞으로 커리어나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어떻게 해야 할지 소개하겠다.




여담으로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질은 책 안티프래질 내용이 잘 녹아있다. 정확히는 앨범 전체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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