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괴짜분석가 May 27. 2024

성공은 확률 게임이다

성공 신화와 진실


우리는 성공한 존재들(사람, 기업, 종교, 국가, 문화 등)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동시에 실패한 존재들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이병철, 정주영 등은 말도 안 되는 천재로 여겨지며 어떻게 그 시대에 그런 생각을 해냈을까 같은 질문의 대상이 된다. 인간이라는 종 자체도 한 손에 손가락이 다섯 개인 게 얼마나 편리하며, 뇌도 고도로 발달해서 AI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지만 인간은 약간의 음식만 섭취하면 된다. 이는 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단한 천재들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사람 중에는 평범한 삶을 살았거나 실패한 사람도 아주 많을 것이다. 심지어는 술과 마약보다 물리학을 공부해서 인생을 망친 친구들이 많다는 농담도 있는데, 물리학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똑똑한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문이다. 천재 일론머스크도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인간 종 역시 여러 형태의 돌연변이가 번성하고 멸종하는 과정을 거쳐 생존하기 좋은 형태로 진화한 것이지 의도하고 이 형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추가적으로 성공 신화와 진실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려면 미래에 만들어진 얘기 말고 그 당시의 기록을 보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경험을 자세히 적으면 좋을 것 같은데, 중학생 때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노래를 정말 좋아했고 해당 활동 당시에는 소녀시대 팬이라고까지 얘기하고 다녔다. 지금 '다시 만난 세계'는 소녀시대 노래 중 압도적으로 유명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고, 검색해 보니 민중가요로도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언급될 때는 신격화되어 마치 당대를 휩쓸었던 노래처럼 소개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원더걸스에 확실하게 밀려서 애매한 정도의 인기만 있었고 올해의 노래는 'Tell me'였다. 어린 중학생 입장에서 '다시 만난 세계' 노래가 더 좋은 것 같은데 밀려서 이상하다 생각한 기억이 있다. 소녀시대는 2년 지나 Gee가 히트 치기 전까지 SM이라는 소속사를 생각했을 때 애매한 성공을 했던 걸그룹이었다. 이후로는 히트곡을 많이 내고 원더걸스가 미국진출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녀시대가 "살아남았고",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커버할 노래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역주행해버렸다. 이처럼 성공 신화는 진실과 많이 다르다.



소개팅에서의 성공


성공이라는 게 얼마나 운이 좋아야 하는지 알기 위해 소개팅(맞선 같은 종류도 포함) 상황을 가정해 보자. 소개팅은 양쪽이 모두 마음에 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미묘한 것들에 의해 많이 갈리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알던 사이였다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사람이 소개팅 자리라는 특수성으로 안 될 수도 있고, 주선자가 적당히 먼 사람이었으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사람이 양쪽 모두 친해서 주선자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다. 초반 대화 주제가 무엇이었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마음에 안 들었는데 한 번 더 만났더니 좋아질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레스토랑에서 만났으면 잘 됐을 사이가 일식집에서 만나면 잘 안 될 수 있다. 대학생 때 만났으면 잘 됐을 사이가 직장인인 상태에서 만나면 잘 안 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크고 작은 이유로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개팅이 성공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소가 무수히 많고 그것들의 조합으로 인해 결괏값이 바뀌기 때문이다. 심지어 온전히 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이나 취향조차도 실제로는 쉽게 바뀔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이다. 바꿔 말하면 소개팅이 성공한다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성공할 수 있도록 딱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는 인생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직장에서의 승진, 사업의 성공, 심지어는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내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도 결국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크게 작용한다. 이를테면 내가 준비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시장의 상황, 동료들의 협력, 심지어는 날씨까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맞아떨어져야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성공은 확률 게임이다


결국 성공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환경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100번 연속 발생한다면 100번 다 성공할 것이다. 어바웃타임 같은 타임워프 영화에서 동일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결괏값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조금씩 바뀌게 되고 그것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공하게 하는 조건을 경우의 수로 나열할 수 없고 대신 확률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다시 얘기하자면, 성공은 확률 게임이다.

조금 발칙한 상상을 해보겠다. 빌게이츠가 2000년대생이라면 지금 같은 세계 최고 부자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을까? 마이클잭슨이 지금 시대에 데뷔하면 그 정도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워렌 버핏이 캐나다인이었다면 지금 같은 투자 거물이 되었을까? 이병철, 정주영 같은 한국 국가 성장 시기와 맞물려 회사를 성장시킨 사람이 2020년대에 창업한다면 지금의 삼성, 현대 그룹만큼 키울 수 있을까? 아이유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노래로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모든 질문, 그리고 유사한 질문에 대해 '아니다'가 답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이 진행되면 조금 불쾌하다. 운 좋으면 성공하고 운 나쁘면 실패한다는 결론이고, 허무주의에 가까운 결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의 성격을 이해했을 때 그 성공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전제가 되는 글들을 많이 적었으니 앞으로는 적용 관점에서 많이 적어보겠다.




초반에 다룬 내용은 천재들이 사실 별 거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대단한 사람들이었음에 틀림없지만 능력치적으로 굉장히 대단한 것은 맞지만 성공하면 그것이 실제보다 더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또한, '운 좋게 성공한 것이니 저렇게 많은 돈을 벌면 안 된다.' 같은 주장 역시 아니다. 이는 소개팅 성공한 건 운이니까 헤어지라는 것과 같다.
이전 03화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