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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분석가 Jun 10. 2024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성공하기 힘든 이유

앞선 글에서 끈기와 실력, 그리고 태도가 성공으로 데려다줄 거라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우리들의 평범한 부모님들, 평범한 직장 상사들은 (실력은 잘 모르니 있었던 것으로 하고) 끈기 있고 태도가 좋았는데 여전히 현실에 힘들어하시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내가 있는 판이 나의 성공 기댓값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통념에서 뽑히는 사람들은 아래 나열한 직업 혹은 비슷한 직업을 가졌다.

기업가

투자자

스포츠 스타

가수, 배우 등 연예인

유튜버

베스트셀러 저자

인플루언서

작가

영화감독

작곡가


이들은 모두 아래 표에서 '아주 큰 이익'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인 나도 '아주 큰 이익'을 경험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건 확률 문제가 아니다. 몇 백만 원 수준, 정말 잘해도 천만 원 수준인 직장인 월급으로는 '아주 큰 이익'을 경험할 수 없다. 회사의 지분/주식을 받으면 가능한데 이것은 월급쟁이 직장인으로서가 아닌 작은 기업가 혹은 투자자로서 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다.

내가 선택하는 일마다 이익과 손실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직장인은 최악의 경우 월급이 안 들어오는 약한 손실부터 월 천만 원 단위의 급여를 받는 적당한 이익까지 보상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기업가나 투자자는 원금이 모두 사라지는 적당한 손실부터 아주 큰 이익까지 보상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물론 큰 빚을 지거나 보증을 서는 등 레버리지를 많이 쓰면 아주 큰 손실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이것이 열심히 사시는 우리 부모님이나 직장 상사는 사회적 통념에서의 "성공"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일부 기업가나 투자자는 도달한 이유다. 당연하지만,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일반 직장인은 생각하기 어려운 손실을 경험한 기업가나 투자자도 많다.



영향력의 크기


위에 당연하듯이 넘어가긴 했지만 직장인과 기업가/투자자의 보상 범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보상이란 무엇일까? 보상은 결국 나의 영향력을 금전적인 것으로 환산한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의 영향력 범위는 우리 팀, 우리 제품 정도이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자기 직무에 대한 강의를 찍거나 책을 냈다면 영향력의 범위는 그 강의를 보거나 책을 읽은 사람의 수만큼 늘어난다. 실제로 회사에서 직무 역량을 쌓고 괜찮은 기여를 하는 것보다 회사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강의를 찍거나 책을 출판하는 게 기대 월 소득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엑셀 다루는 법을 팔아서 월에 억 단위를 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회사도 다른 역량을 뒤로하고 엑셀을 잘 쓴다는 이유로 그만큼의 보상을 주지 않는다. 성공한 스포츠 스타나 가수가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것도 영향력이 높기 때문이다. 공 잘 차는 게 500년 전에 이 정도 가치가 있었을까? 노래 잘하는 게 500년 전에 이 정도 가치가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로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가치가 아주 있어졌다. BTS, 봉준호, 손흥민, Jay Park은 이 영향력의 극단에 있는 것이다. 물론 인기가 없는 경우 영향력의 크기가 크게 떨어지게 되고 무명가수나 3부 리그 선수는 아주 작은 보상을 받는다. 평범한 직장인이 무명가수나 3부 리그 선수보다 많은 돈을 번다. 여기서 하나 더 알 수 있는 것은 영향력의 최대 범위는 좁아도 현재 영향력이 더 크다면 괜찮은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영향력의 크기를 사전에 알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월급으로 100억을 버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데뷔하는 아이돌은 인기가 없으면 부업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인기가 생기면 천문학적인 보상을 얻을 거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아마도 불행한 부류는 메타인지가 부족해서 직장생활로 100억 벌기를 기대하거나 아이돌 데뷔하면서 안정적인 월 500만 원 정도의 현금흐름이 발생하기를 기대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예상되는 영향력 범위를 고려해서 성공할 수 있는 판을 짜야한다.



이상적인 판 짜기


'성공은 확률적으로 발생한다'는 이전 글들에서의 주제와 '내가 선택하는 일마다 영향력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두 주제를 합쳤을 때 이상적인 그림은 이렇다.

이상적인 그림

소소하게 이익과 손실을 보다가도 운이 맞아떨어지는 시기에 '아주 큰 이익'을 보는 것이다. 유튜버를 예로 들어보자. 유튜버는 대체로 한두 개의 콘텐츠가 소위 '떡상'을 만들어내고 그 시점부터 인기와 수익 구간이 확 높아진다. 그전까지는 수익 창출은 안 되고 영상에 시간과 노력을 넣었고 그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있으니 '약한 손실'이 계속 발생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편집 실력이 좋아진다던지 좋은 댓글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다던지 '약한 이익'을 보기도 한다. 이런 기간을 끈기와 실력, 그리고 태도로 버티면 떡상이 운 좋게 발생한다.


사실 이것은 앞선 글에서 소개한 프래질, 안티프래질을 정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좌) 프래질 / (우) 안티프래질, https://www.artofmanliness.com/character/advice/beyond-sissy-resilience-on-beco



이상적인 그림을 기준으로 왼쪽 프래질한 그림은 상하 대칭이고, 오른쪽 안티프래질은 같은 개념이다.

[프래질] 내가 프래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상방은 낮은데 잃을 수 있는 하방은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SNS에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라 해보자. 나는 이 행위를 통해 약간의 해소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반복하다가 어느 날 내가 욕한 사람이 SNS를 보고 나를 고소하거나 글을 본 다른 사람들에게 평판이 안 좋아져서 취업/이직이 어려워진다면 이것은 이익의 상방이 낮지만 하방은 막힘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프래질한 것이다.

[안티프래질] 반대로 내가 디자이너라고 해보자. SNS에 내가 디자인한 제품, 작품을 올린다고 크게 손해 볼 건 없다. 굳이 있다면 누군가 내가 올린 작품을 보고 별로라고 평가하는 것 정도가 있겠다. 이런 일을 반복하다가 누군가 나의 게시물을 보고 크게 감명받아서 공유했는데 그게 바이럴 되거나 강연이나 출판 제의가 들어온다면 이는 하방은 낮지만 상방은 막힘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안티프래질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안티프래질하게 판을 짠 다음에 그 판 위에서 끈기 있게 일하고, 실력을 기르며, 좋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글을 볼 분들 중 다수는 직장인이거나 직장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일 텐데, 앞서 직장인은 '아주 큰 이익'을 경험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안티프래질해질 수가 없고 그 자체로는 프래질하다. 직장인은 어떻게 안티프래질하게 판을 짤 수 있을까? 이후에 별도의 글로 다루겠지만 안정적인 월급에 기반해 하방을 지키면서 별도의 작업을 통해 상방을 뚫는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낮에 일하고 밤과 주말에 투자 공부해서 좋은 투자처에 모은 돈을 투자한다. 단, 이때 투자는 은행 예금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도록 도전적이게 한다.

일하면서 직무 전문성을 기르고 길러진 직무 전문성을 책이나 강의로 판매한다.

월급 받는 일은 안정적인 걸 하면서 남는 시간에 일과 상관없지만 영향력의 범위가 넓은 새로운 일을 한다(혹은 배운다).

지분이나 스톡옵션, 주식을 주는 회사에서 일한다.



과거의 나는 인터넷상에서만 유명하고 정작 본인 회사에서는 그저 그런 평가를 받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실력순으로 유명세(보상)가 분배되는 게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의 기여로 회사 내부에서 인정받고 그게 나의 보상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취미로 글을 쓰다 보니 그걸 누가 알아보고 칭찬해 주면 감사하면서도 게임을 불공평하게 만드는 것 같아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활동이 나를 그리고 업계 사람들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이해했고, 실력순으로 보상이 분배되는 시스템은 환상 속 프래질한 시스템이며, 심지어는 실력순으로 줄 세운다는 개념도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외부 활동을 하는 모든 게 안티프래질하지는 않다, 오히려 프래질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개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고. 아무튼 나는 안티프래질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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