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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Jul 14. 2017

사랑, 그 잔인함에 관하여

사랑 1 

 ‘지석아, 너랑 하는 연애는 너무 즐겁고 고통스러워. 그런데도 계속되길.’ 얼마나 솔직하고 아름다운 말인가. 사랑은 고통스럽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 사랑하지 않는 것 모두 고통스럽다.


 나에게 사랑이란 온몸을 옥죄는 잔인함이다. 신이 있다면, 사랑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애걸할 것이다. 사랑은 너무나도 즐겁고 고통스러우므로.


사랑 2

 너를 사랑한다. 언제나 그렇듯, 깊게 빠져 버린 후이므로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린 가슴을 붙잡는다. 작은 미소를 기대하면서 눈물을 감추고 웃는다.


 마음을 모른다. 이미 사랑에 감염되어 버린 탓이다. 절망하면서 기뻐한다. 이 불치병이 끝나기를, 혹은 끝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사랑 3

 질투한다. 웃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졌기 때문이다. 감히 시도조차 못 하는 일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하였기 때문이다.


 너는 우연히 상처를 입힌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갛게 바라본다. 발견한 것은 절망. 고요한 침묵에서 홀로 소용돌이친다.


사랑 4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바라보면서, 체온을 느끼고 싶다. 당신이 얼마나 따스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 온 체중을 실으면서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


 아니, 그럴 순 없어. 너는 사랑하지 않는다. 무가치함을, 그저 존재하는 것을 안다. 왜 사랑하지 않아? 갈 곳 잃은 단어들이 바스러져 자갈이 된다. 내딛는 걸음이 잘그락, 잘그락.


사랑 5

 연락이 되지 않을 때면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아직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대화를 살펴본다. 혹시 기분이 상하였을까.


 조각 조각. 분해하고 합치면서 실마리를 찾으려 몸부림친다. 어느 순간, 너는 무심하게 연락한다. 분명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너만의 사정. 해결되지 않는 사정. 나에게도 사정은 있다. 그저 더 사랑하는 사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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