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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Sep 17. 2017

사랑, 그 잔인함에 관하여 2

사랑 6

 너에게서 예쁘다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보고 싶다는 말도, 생각이 난다는 말도, 무엇을 하자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저, 따라왔을 뿐이다. 너는 아무 죄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상처를 입는다. 의미 없는 발걸음에, 늘 짓밟히고 있었다. 저벅 저벅. 걸음마다 피가 배어 나온다. 다시 너의 손을 잡아 본다. 끝내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 7

 마주앉아 싸웠다. 긴 대화 끝에는 여전히 절망.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무엇인가를 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나의 노력은 너에게는 어리광. 눈을 감는다.

 곁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어둠. 형광등 불빛을 억지로 집어넣으며 소리쳤다. 눈을 떠, 현실을 봐. 현실은 그저 억눌린 무언가. 너를 사랑했을 것이다. 잠시 후에도 분명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 8

  그러나 연애 소설을 쓴다면 첫문장을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 그녀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마주쳤을 때 햇살이 반짝. 네 눈은 아름다운 연갈색. 아름다움 속에 풍덩 잠기어 버렸다.

 마음껏 사랑했던 적은 없다. 사랑은 너무 불안하고 두려워서, 한 번도 마음껏 탐한 적이 없었다. 부담스러울까 봐, 도망칠까봐, 웃지 않을까 봐. 한 걸음, 한 걸음 물러서 쳐다본다. 까맣고 작은, 어느 점.


사랑 9

 접시 위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흘러내린 핏물과 초록색 소스가 기괴한 문양으로 남았다. 이것이 끝나면, 칵테일을 마실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과 독한 것을 섞어서 마음껏 흔들어 달라고 부탁해야지.

 불 꺼진 놀이동산에서 마지막 숨바꼭질을 시작할 것이다. 회전목마 아래에 숨어서 기다릴 것이다. 황급히 뛰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꿈에 빠질 것이다. 결코 깨어날 수 없는.


사랑 10

 공간은 상투적인 말로 가득 찼다. 더 고마워,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까워라. 함께 한 시간조차 아까워라. 빨리 끝내 주었으면 했다. 우리는 함께 알래스카로 가자고 했다.

 얼마나 많은 약속들을 했을까? 작은 핑계로 너를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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