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작성한 기고 글입니다.
25년 동안 은행에 근무해 오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해 왔지만 이러한 변화는 주로 은행 내부적 변화였고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면에서는 큰 변화를 못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10년 후에는 정말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제 동네에서 자주 이용하는 은행 지점이 대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이유는 금융 소비자가 은행에 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은행을 방문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며 처리하는 업무는 모바일 뱅킹 또는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런 환경으로 변화하면 급속히 디지털화된 금융서비스에 대해 접근이 어려운 사회적 취약 계층이나 노령층에 대한 금융 서비스 지원이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 이때쯤이면 동네 동사무소나 공공시설, 지하철역 등에 이런 분들을 위한 소규모의 대면 접촉 금융 점포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현금이 필요한 환전거래 및 일부 원화거래는 공항 점포 및 보안업체를 통한 배송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은행 점포가 사라진 다면 아마 주요 입지 대형 건물 1층은 요즘보다 더 많은 커피숍이 차지할 것 같고 1층 임대료 프리미엄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현재와 같은 층별 임대료 격차는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집합건물에 1층 상가를 가지고 계신 임대인은 이러한 환경이 오기 전에 매각 등을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은행 점포 전략은 어떻게 바뀔까요? 지금보다 훨씬 거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 우량 손님이 모일 수 있는 최고 요지에 단독 건물 하나를 전체적으로 활용하여 금융지주 전체의 금융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고 이 건물 최고 층에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시설이 위치해 있고 주요 손님들은 각종 사교모임은 물론 일부 공유 오피스 개념을 이용해서 급한 사무처리와 제한된 비서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도 일부 금융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죠.
이런 변화가 이루어지면 주요 입지에 주차가 편리하고 손님 근접성이 좋은 중대형 건물의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오를 수 있습니다. 좋은 입지의 단독 건물은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정도의 은행 외형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은행 내부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상전벽해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금의 리테일 영업과 기업금융 업무로 나누어져 있는 은행 조직은 디지털 금융과 릴레션십마케팅(relationship MKT) 그룹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마 주요 은행 디지털 금융 파트는 인터넷 은행으로 흡수될 확률이 높고 은행은 핵심 손님을 관리하는 파트만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릴레션십마케팅 그룹은 은행 핵심 손님을 관리 창출하는 파트로 이쯤 되면 은행에 지점장이란 타이틀은 없어지고 자산관리에 주 특기를 가지고 있는 IRM(Individual Relationship Manager)과 대출에 특화된 CRM(Corporate Relationship Manager)가 은행 핵심 손님을 관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처럼 점주권이라는 영업지역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각 지역 거점 센터를 이용하여 어느 곳에서든지 손님을 창출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는 은행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 향후 그 변화의 속도는 은행 디지털화의 속도와 비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래에 은행에 취업하고 싶은 학생 분들에게는 어떠한 시사점이 있을까요? 앞으로 은행 직원 상당수는 정보(Big Data)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지금과 같은 창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아마 지금과 같은 일부 손님 업무처리 등은 아웃소싱 콜센터에서 처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손님 관계마케팅(Relationship MKT) 능력이 매우 중요한 은행원의 자질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래에 진정한 은행원의 모습이니 10년 후 은행원을 꿈꾸고 계시다면 경영대학 릴레이션십 마케팅 강의부터 수강하시고 이 분야에 대한 역량 강화에 주력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금융 관련 기본 지식 습득도 중요한데 제 생각에 관계마케팅 기본 자질이 금융지식보다 훨씬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니 너무 대학에서 취업 스펙 준비만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상대에게 어떻게 해야 믿음을 빨리 확보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기술한 미래 은행의 모습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매우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금융이라는 국가 산업의 한 분야가 이렇게 변화한다면 관련 여러 산업 분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자 자기 산업에서 금융의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