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며
부산 시립 미술관에서 <빌 비올라, 조우> 전시가 있었다. 빌 비올라는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로 '현대미술의 영상 시인'이라고 불린다. 빌 비올라의 작품들은 모두 영상이므로 관람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되어 두 번 관람하였다. 작품의 영상들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까지 긴 영상이 반복 재생된다. 긴 영상 작품들은 길지 않은 영상을 배속을 늦춰서 늘여 놓았기 때문에 긴 것이다. 마치 멈춰 있는 듯한 영상으로 보이지만 아주 극도로 천천히 재생된다.
빌 비올라의 여러 작품 중 마음에 끌린 영상은 <밀레니엄의 다섯 천사> 작품이다. 물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고요함과 별이 떨어지는 듯한 이 영상에서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검정색과 금색의 녹턴 : 떨어지는 불꽃>이라는 그림이 오버랩되었다.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는 유럽에서 활동한 미국의 화가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방하고 그림의 주제 묘사에서의 자유를 주장하며 본인만의 개성적인 회화 양식을 확립했다. 특히, 휘슬러의 녹턴 연작은 당시 세밀한 묘사의 라파엘전파 풍이 유행하던 시기여서 큰 인정을 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검정색과 금색의 녹턴 : 떨어지는 불꽃> 작품은 녹턴 연작 중 하나이며,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쇼팽의 녹턴을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쇼팽의 음악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밤바다 그리고 밤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그것 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휘슬러는 평소 쇼팽의 피아노 곡을 좋아했다. 그 결과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평가 존 러스킨으로부터 " 대중의 얼굴에 물감 통을 내던졌다 "는 혹평을 받은 휘슬러는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여 법정까지 가게 된다. 이 법정에서 휘슬러의 예술적 철학을 볼 수 있다. 그는 법정에서 "내 생애 전체를 통해 깨달은 지식에 대한 가치"를 매긴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보다는 그림 자체에 미학을 중요시하였기 때문이다. 회화의 주제 묘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했던 그에게 법원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휘슬러가 표방한 '예술을 위한 예술' 이란 예술 작품은 순수하게 미 그 자체만이 가지고 있는 독립된 가치다. 그 외 종교, 도덕, 역사, 사회 등의 영역은 관계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프랑스 철학자 쿠쟁에 의해 처음 나온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