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출생 이탈리아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를 떠올리면 우후 2시쯤의 불안한 그림자가 먼저 떠오른다. 그의 작품들은 조용하고 불안감이 느껴지는 공간과 함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어두운 긴 그림자가 드리운다. <붉은 탑>, <거리의 신비와 우울>, <불안하게 하는 뮤즈들> 등의 작품들을 들어다 보면 공허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조르조 데 키리코는 형이상학파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음울, 불안, 몽환적인 그의 화풍에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등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키리코의 회화는 어떤 풍경 속에 사물들을 구도와 배치를 특이하게 구성해 놓은 것을 알 수 있으며, 상징적 물체를 묘사하여 그 물체가 가진 숨겨진 의미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그림은 꿈속 같고 몽환적이고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감정들이 캔버스 속에 드러나고 그 감정들은 결국 키리코의 내면의 감정이 아닐까 한다.
키리코의 작품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자주 보다 보니 그 영향을 받은 것일까? 키리코의 작품을 많이 보던 시기에 내가 그렸던 그림들이 외로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교수님께서도 나의 그림을 보면 키리코의 작품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내면의 우울함과 불안감이 그대로 캔버스 위에 그려진다는 것이 신기하며, 물감을 덧칠할 때마다 채도가 낮아지며 눈과 마음 또한 어두워지는 현상은 가끔씩 나타났고 현재도 그러하다. 확실하게 답을 알 수 없는 키리코의 그림처럼..
화려한 색채로 심리적 불안을 치료했던 반 고흐와 사랑한 아내 벨라와 고향마을의 그리움을 표현한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불행과 절망 속에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 않았던 프리다 칼로, 그리고 로트렉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달래주었다. 이렇듯 내면의 심리상태를 예술로 표현한 화가들처럼 나 역시도 그림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캔버스에 세상을 담거나 나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불러 들어 나를 지켜주었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그림이라도 살아 남기 위해 그려야 했고, 캔버스에 담아 본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였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나에게 남은 몇 시간으로 그림 생활의 해 나가는 것! 그것이 돈이 되는 안되든 나를 위한 그림이다. 비록 우울하고 외로운 그림을 그렸더라도 그건 나의 삶의 한 부분이다. 그림도 글도 내 삶도 자유롭기를 항상 꿈꾸며 희망한 것이다.
※ 모든 그림의 저의 작품입니다. 무단 도용 및 불펌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