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이름의 시간 위에서
인생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시작이며, 하나의 긴 여정이다. 그 여정에는 흐름이 있고, 흔적이 있으며,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들이 겹겹이 쌓인다.
10대까지는 부모의 품이라는 이름의 울타리 속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보호를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간다.
20대에는 사회 또는 세상이라는 낯선 땅에 첫발을 딛는다.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 질문 속에서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상처와 불안함을 포장하곤 했다.
30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이제는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어른'이 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계획을 세운다.
40대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모순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안정을 이뤘다 해도, 속으로는 여전히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는 채 또다시 시작되는 불안과 마주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서 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다고 할 수 없다. 가끔은 거울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나 같은 이런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곧 깨닫는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이란 건 어쩌면 사회가 덧 씌운 하나의 가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비슷한 질문과 두려움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는, 어쩌면 아주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전에는 내 삶의 조각들을 그저 '추억'이라 불렸지만, 이제는 그것이 '나라는 인간의 역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 역사 안에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후회와 선택도 있다.
무엇보다도, 버터 낸 시간들이 담겨 있다. 이제 곧 끝나가는 나의 나머지 역사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막막하고 불안하다. 앞으로의 나의 시간들이 과연 어떤 문장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남겨질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철학책을 펼친다. 그 안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이들의 흔적이 있기를 바라며, 하지만 그럴수록 묘하게 깊어지는 우울이 있다. 답이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질문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끝에 나는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 괜찮아, 아직 다 쓰지 않았잖아! 이 삶의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