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멜랑콜리 앞에서
1년째 이어지는 프로젝트로 워라밸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일할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하루를 보내다.
하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와 운동도, 그림도, 글쓰기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결국, 아무 생각 없이 TV앞에 앉아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흘려보낸다. 머릿속에서는 곧 다가올 전시 일정이 떠오르고, 아직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무겁게 짓누른다.
신세 한탄처럼 보일까 봐 속으로만 삼키지만, 어쩌면 나는 너무 게으르고, 행복에 겨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피곤과 게으름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행복은 어제 같고, 슬픔은 오늘 같은 지금.
뭉크의 <밤, 멜랑콜리> 속 인물처럼 창박의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내 안의 고요한 우울과 마주한다.
하지만 그 그림이 그럴 듯, 이 긴 밤이 끝나면 다시 아침이 오고 캔버스 위에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오늘의 피곤과 무기력까지도 나의 일부라 생각하며, 나는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현실의 무게, 피곤함, 자기비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가는... 이런 감정을 담아줄 수 있는 명화로는 에드바르 뭉크의 <저녁>, <밤, 멜랑콜리> 같은 작품이 잘 어울린다.
뭉크는 인간의 내면, 특히 불안, 우울, 고독 같은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그려낸 화가다.
특히, <밤, 멜랑콜리>에서는 창가에 앉아 바다를 보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나의 퇴근 후 멍하니 TV앞에 앉아 있는 순간과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