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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Sep 01. 2016

제주도에서 우리집 식탁까지 - 무릉외갓집

#생각페이퍼 #사회적기업? #그냥 #좋은기업

한 달에 한번 제주산 채소가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 



제주도에서 자란 채소, 과일 같은 것들을 한 달에 한번 배송해 준다. Subscription이라는 있어 보이는 용어가 ‘꾸러미’ 로 바뀌며 마치 외갓집에서 할머니가 보내준 것 같은, 소박하지만 건강한 이미지의 채소 배달 서비스. 
무릉도원과 같은 의미의 지명 ‘무릉’에서 재배된 제철 채소들이 제주도에서 우리 집 식탁 위로 배달된다. 

마트에서 우리는 채소를 ‘눈으로 보고’ 선택한다. 빛깔과 모양을 보고 무게도 가늠해 보지만 결국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가격. 
원산지 표시는 FTA 체결 이후 그저 ‘멀리서 왔구나’ 정도의 수준에서 인지되고 잊힐 뿐이다. 


직접 촬영했으니 저작권은 저에게...


식재료는 권력이다



무릉외갓집은 말한다. 
농민이 시간과 비용(굳이 노력이라 칭하진 않겠다. 이건 너무 리토릭한 클리셰니까)은 하늘의 뜻에 의해 너무 쉽게 결정된다. 

풍년이면 떨어지는 원가를 감당하지 못해 농부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밭에 감귤이 넘쳐나는데 이걸 수확하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밭을 갈아엎는다. 
최초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가격차는 엄청난데 수요와 공급의 방식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경제적 논리는 고이 접어 하늘 위로…

그러고 보면, 선택 장애를 가진 우리 같은 사람에게 채소 배송 랜덤 박스는 꽤나 매력적이다. 
도착한 재료로 만들어 먹을 메뉴를 결정하면 되고 재료가 좋으니 맛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최근 문제라는 식량 무기 화니, 좀 더 과거로 올라가면 신토불이니 하는 것들과 엮여 바람직한 소비를 한 것 같은 느낌도 준다. 
무릉외갓집은 착한 소비, 공정 무역과 같은 가치를 표방하지만 사회적 기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무릉외갓집은 마을 기업이다. 


뭔가 사회적 기업보다 더 제주도민에게 가치가 돌아가고 조금 더 비싸게 사더라도 믿을 만한 먹거리를 올바른 방식으로 구매하는 듯 한 느낌(이미지)을 준다.

(뺑 드 빱바, 펠 엔콜, 카카오봄… 내가 좋아하는 가게 여기 다 있네)

전시장은 어느 국도변에 있는 공장이나 창고 같은 외형이다. 하지만 내부는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어느 대기업에서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유기농 제품 판매대의 느낌이 난다. 

REER(리얼)과 협업을 통해 BI부터 각종 홍보자료, 사진, 영상 등은 디자인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뭔가 여기 제품은 ‘있어 보이고’ ‘건강해 보이고’ 심지어 ‘여기 껄 사면 나도 깨시민(깨인 시민)이 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담이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3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아이디어를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나머지 97의 투입이 필요 


하다는 것을 이 훌륭한 디자인을 보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무튼 외갓집은 뛰어난 디자인과 부가적 요소(그렇다고 이게 덜 중요하다는 것도 아니다) 덕분에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 최근에는 살아남는 것조차 대단해 보인다…- 





사람이 있는 곳에 돈이 있더라. 



무릉외갓집 전시장 건너편 카페 공간. 지금은 문을 닫고 활용되고 있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죽는다. 그것이 가게든, 농업이든. 

우리 입에 들어가는 것이 어떤 경로로 재배되었고 어떻게 옮겨졌는지를 생각한다면 가격 만으로 구매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여전히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지만)

건강한 식재료를 소소하게 공급하는 아이디어는 곳곳에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포장(디자인) 하고 홍보, 마케팅(알릴) 할 것이라는 것을 무릉외갓집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다.

+ 개인적으로 제주도 참 좋아하는데, 마을 기업으로 무릉외갓집의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사단법인 올레도 그렇고. 

우리도 언젠가 열 수 있겠지? 제주지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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