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치료 Q&A - 3
다시 약물 얘기로 돌아와보겠습니다. 간혹 치료를 오시는 분들 중에 정신과에서는 상담치료를 하지 않고 약물 치료만 하여 거부감이 든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면담 치료에 진심인 정신과 의사분들에게는 다소 안타까운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간략하게 정신과 수련과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는 1년의 인턴과 4년의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합니다. 인턴 기간에는 한달씩 나누어 여러 임상과 수련을 하게 되며 4년의 레지던트 기간동안 정신과에 대한 집중 트레이닝을 받게 됩니다.
레지던트를 전공의라고도 하는데, 전공의는 1,2년차기간은 주로 입원환자의 주치의를 하고 3,4년차에는 외래 환자를 진료합니다. 입원환자는 약물 치료 뿐만이 아니라 매일 시간을 정해 심도깊은 면담 치료를 진행합니다.
주치의는 입원 환자분의 출생부터 현재 시점까지 삶 전체를 샅샅이 파악하려 노력합니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되는 부모 형제와의 관계 및 최근 스트레스 요인은 물론 무의식적 내적 동기까지 탐색하게 됩니다.
또한, 레지던트 기간 동안 심도있는 면담 실력을 쌓기 위하여 정신분석이론의 공부 및 실제 사례 진행을 따로 합니다. 그리하여 4년의 수련을 마친 후 필기 및 면접 시험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가 탄생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정신과 전문의가 종합격투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약물치료를 복싱, 킥복싱과 같은 타격 기술이라고 한다면, 면담 치료는 주짓수, 레슬링과 같은 그래플링 기술과 같습니다.
환자분의 내적 고통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 우리는 하나의 무기만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주먹을 뻗어야 할 수도 있고 암바를 시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타격을 선호하는지, 그래플링을 선호하는지, 즉 주무기가 무엇인지는 격투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은 선호하는 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면담 치료를 주로 하는 병원은 대개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40분 또는 20분 단위로 예약을 받곤 함으로, 미리 전화로 진료시간이 충분히 확보가 되는지 확인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또한 면담 치료를 주로 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공부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 의사의 약력을 봤을 때, 정신 분석 또는 인지 행동 치료 등 면담 기법과 관련된 공부를 추가로 한 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치료는 의사에 따라 진료 방식에 많은 차이가 날 수 있으며, 같은 진료에 대해서도 환자분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설령, 진료가 자신과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자신과 맞는 의사를 찾으시기 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