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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인 줄 알았어

[블루베리]

by FreedWriter

생김새가 흡사하다. 포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포도 가지에 달려있는 알맹이들을 먹기 편하게 다 떼어 놓은 줄 알았다. 그래서 거리낌 없이 먹었다. 포도의 맛과 달랐다. 에잇, 입안에 들어간 블루베리는 기도를 넘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탈출했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블루베리의 기억이다. 그래서인지 블루베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지도 않고 찾아서 먹지도 않는다. 블루베리 먹지 않는다고 세상이 달리 보이거나, 나의 삶이 바뀌거나 그러지 않으니 굳이 먹지 않는다.

(블루베리를 애찬하시는 분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라는 점!)


내 뇌리 속에 박힌 불편한 기억. 트라우마라고까지 하긴 거창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참에 한번 먹어 볼까라는 생각도 들지 않으니 참 희한하다.


각자 다양한 삶 속에는 트라우마 같은 불편한 기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해보았을 테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 또한 해보았을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이 진정 원하는 선택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과거에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것이 현재에서는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내 기준에서는 매일 써야만 했던 일기가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생 시절, 일기는 매일의 숙제였다. 쓸 기운도, 쓸 거리도 없는데 써서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하니 불편했다. 정말 하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왜 안 했을까”라고 당시 나에게 채찍을 주고 싶다.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런지 자신을 알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단단히 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었는데 그걸 하기 싫어했으니 말이다. 최근 필사 챌린지를 시작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불편한 기억들을 조금은 성장한 지금. 나에게 다른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사색하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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