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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글감이었다

늦잠

by FreedWriter

오늘 늦잠을 잤다. 어제 자기 전엔 분명 “05시 30분, 미라클 모닝의 연속, 기상이다” 하고 다짐했건만, 눈을 뜨니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과 평소와는 달랐던 밝음의 세기. 눈곱을 떼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이런, 부랴부랴 휴대폰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자마자 폰을 켜고 시간을 확인했더니 07시가 살짝 넘어 있었다. 이런.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6월부터 이어진 나만의 루틴이 오늘 하루는 잠시 쉬어 가게 되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뭔가 바쁘게 시작한 하루였다.)


자녀들을 등원 시키고, 스테이글하우스의 글감을 확인해 보려 들어가 보았는데 아직 글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설마 작가님도 오늘 늦잠을? 합리적인 의심일 수 있으나, 내가 그랬다고 작가님도 그러셨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요새 워낙 바쁘게 생활하시다 보니 잠깐 늦게 올리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늘의 글감 : 늦잠’


아니, 우주가 지금 나를 놀리는 건가? 그렇다면 작가님, 오늘 글감 꽤 재밌는 반전입니다.;;


늦잠이란 참 기묘한 존재다. 자는 동안은 천국이고, 일어나고 나면 죄책감이 밀려오고, 시간이 지나면 자랑거리가 된다. “어제 몇 시에 일어났는지 알아? 무려 정오!” 하며 어깨를 으쓱거리게 되는 이 늦잠의 미스터리. 게다가 누군가 “아침형 인간입니다”라고 자랑하면, 나는 속으로 외친다. ‘난 인간형 인간입니다. 어떤 시간이든 잘 자요.’


내 늦잠의 역사는 유구하다. 생도 3학년 시절, 불침번 근무가 편성되는데 가장 취약 시간 대인 02시부터 03시까지 한 시간이었다. 근무에 대해 경험해 봐야 함에 근무 교대 30분 전에 미리 깨워주고,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10분 전에 교대를 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근무 시간은 알고 있었고, 전 번 근무자가 깨워주는 것도 알고 편안하지만 불편한 잠자리를 가졌다.


생활관의 불이 갑자기 켜지면서 “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일어나!”라는 외침에 후다닥 일어나 보니 교대해야 하는 10분 전 시간이었다. “난 이제 죽었다..”라는 생각에 번개보다 빠르게 전투복으로 환복 한 뒤 상황실로 뛰어 내려갔다. 교대 시간인 정각을 지나지 않았다며 상급 선배 생도들도 늦지 않았으니까 괜찮다며 토다해 주셨다. 그 한 시간은 진짜.. 가시방석 중에 가시방석이었다. 시간은 칼같이 지켜야 하는 군대에서 늦었다니.. 그 경험이 소중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늦잠? 이젠 내 몸이 ‘생존’이라 말하는 방식이다. 사실 늦잠엔 이유가 있다.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정신이 과로 중이거나, 아니면 어젯밤이 너무 자유로웠거나. 늦잠은 신체의 항의 시위다. “이봐, 너 너무 열심히 살았어. 나도 쉬고 싶어!”


그러니 늦잠 잤다고 자책하지 말자. 그건 몸이 나 대신 SOS를 외친 것일지 모른다. 오늘 늦잠을 잤기에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만약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다면, 이 기묘한 동기부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말이다, 다음번에도 늦잠을 자게 된다면 당당하게 외쳐야겠다. “이건 경험을 위한 취재였다.” ****오늘의 유쾌한 늦잠에게 감사를. 내일도 일어나지 않길 은근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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