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학창 시절,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싫었다. 하늘에 있는 신이 흘리는 눈물이라 생각했었다. 내가 싫어하는 비가 내린다는 것은, 무언가 내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흘리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뛰어놀기 좋아하던 나는 비가 오면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도, 축구도, 농구도, 하물며 뜀박질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우산을 쓰고 다닌다 해도 바람에 흩날리는 비는 나의 옷에 사브작 다가와 어느새 흠뻑 적셨다. 싫었다. 그 찝찝함을 계속 갖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축축해지는 신발 또한 싫었다. 천천히 스며든 신발 속에 숨어 있는 양말이 빗물과 흡수되어 상상도 하기 싫은 냄새가 진동하는 그 자체가 싫었다.
흙과, 아스팔트와, 실개천 등에 섞인 빗물의 향기도 싫었다.
다른 사람들과 우산으로 마주치면 찡그려지는 얼굴, 더 젖어 드는 내 옷가지들, 가방은 또 왜 젖어 있는지.
이제 보니 비를 정말 너무나 싫어했다.
나이를 들고, 세상을 알게 되고,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가 오는 날씨를 싫어하는 경우가 맑게 갠 하늘처럼 잦아들었다.
비가 와야 살아 숨 쉬는 동 식물들. 황금 들판의 논과 밭의 작물들. 사람들의 식수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는 비를 싫어하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바뀌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변한다고 하는데 나도 이렇게 변하는가 보다.
1년 강수량의 평균이 적정한 날씨였다고 하나, 요새 너무 많이 내린다. 3일 내내 왔던 비는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발생하기도 하는데 적당히, 정말 적당히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