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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에 사는 남자

신문

by FreedWriter

고3 겨울 방학. 수능까지 끝났겠다 무서울 것 없던 당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하는 공장까지 가는 길엔 버스 회차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고, 그 정류장은 지하철 입구 앞을 지나쳐야 했다. 지하철 입구에는 무료로 배포되던 일간지가 있었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메트로? 포커스? 암세븐? 등으로 기억나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조간신문이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때라 무료로 배포되던 그 신문을 항상 챙겨 다녔다.


다른 내용은 크게 관심 없었다. 스포츠, 연예, 문화, 퀴즈 정도? 이 정도의 파트만 보고 말았다. 정치, 경제, 사회는 어른들의 세계라고 느껴 눈길도 가지 않았다. 신문을 펼쳐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지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짧고 간결한 뉴스로 구성된 무가지라고 불리는 신문이었지만 활자를 보는 재미는 상당했다.


각 신문사마다 고유 색상이 있었고, 특징이 있다 보니 다양한 회사의 신문을 챙겼다. 어떤 날은 남아 있지 않아 못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날은 허전함이 하루를 가득 채웠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시는 형님도 항상 챙겨 오셨다. 내가 챙겨온 신문과 다른 신문을 챙겨 오시면 서로 돌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모여진 신문은 점심 식사의 식탁 위를 덮으며 마지막으로 소명을 다했다. 신문의 또 다른 활용법이다.


가끔, 지하철로 이동하는 경우는 매우 흥미로웠다. 다양한 신문들이 지하철 내부의 짐을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 위를 수놓았다. 골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누군가 잠깐의 손 떼가 묻은 신문이었지만 공유해 주는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다 본 신문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올려져 있던 다른 신문으로 바꿔 보며 이동하는 시간을 보냈다. 청소하시는 분들과의 전쟁이 이어진다. 치워 놓으시면 쌓이는 상황이 반복된다. 가끔 방송으로도 전달된다. 신문을 선반 위에 두지 말고 가지고 가시라고 말이다. 지금은 잊힌 추억이다.


신문은 영어로 뉴스 페이퍼다. 뉴스는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영어의 첫 스펠링을 따와 뉴스(NEWS)가 되었고, ‘소식’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재해석된다. 페이퍼는 말 그대로 종이다. 신문은 동서남북의 소식을 정하는 종이인 셈. 하지만 그 신문은 시대가 변화하고 디지털화되면서 신문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 요즘은 신문 대신 스마트폰 화면에서 내가 보고 싶은 정보만 골라서 보는 형태로 변화되었다.


가끔, 그때가 그립다. 신문을 통해 바라본 네모난 세상이. 알 수 없는 누구를 위해 공유해 주려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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