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어릴 적 교회에서 자주 듣던 찬양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이슬’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그 익숙하고 잔잔한 멜로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슬은 언제 맺힐까. 새벽. 모두가 잠든 고요한 어둠을 조용히 견뎌낸 뒤, 어느새 풀잎 끝에 맺히는 맑고 투명한 물방울. 그 모습은 마치 우리에게 “잘 견뎠어” 하고 말없이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진다.
문득 생도 시절이 떠오른다. 한여름, 하계 군사 훈련 기간. 해가 뜨기도 전, 완전군장을 메고 산속 교장을 향해 행군하던 어느 새벽. 땀에 젖은 전투복, 등에 멘 소총, 무겁게 짓누르던 군장. 어깨 위에는 곰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듯했고, 방탄모에는 활엽수 가지가 꽂혀 있었다. 얼굴엔 국방색, 갈색, 검은색의 색상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덮여 서로를 알아버릴 수 없게 만들었다.
앞만 보고 걷던 그 길 위에서, 잠깐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풀잎 위 조용히 맺혀 있던 이슬. 그 작은 물방울 하나가 어쩐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무겁고 고된 훈련 속에서, 아주 잠깐 마음이 멈추는 순간이었지 않을까.
그때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이 무더위가, 이 훈련이, 이 하루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으니까. 주변의 아름다움에 눈 돌릴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에서 다시 떠올려보니, 그 이슬은 분명 조용히 나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없이, 그러나 맑게. “조금만 더 견뎌봐. 곧 너는 너만의 빛을 갖게 될 거야.”, “오만 촉광의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속삭이듯 나를 맞이해주던 아침의 물방울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힘든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이슬의 존재를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고요한 새벽을 이겨낸 사람에게만 보이는 작고 투명한 응원의 상징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도 이슬은 누군가의 길 위에서 그렇게 말없이 맺혀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