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어릴 적엔 안경을 쓰는 친구들이 왠지 멋져 보였다. 그래서 빌려 써보곤 했는데,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어질어질했다. 시력이 좋아서 그런지, 안경과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참고로 나의 시력은 양쪽 모두 1.5다 :))
시력이 좋지 않았던 친구들이 쓰는 안경이었기에, 내가 쓰면 앞이 흐릿했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궁금해서 물었다.
“안경을 안 쓰면 어떻게 보여?”
“너가 안경 쓰고 보는 것처럼 보여.”
단번에 이해됐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작은 렌즈 하나가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이후로는 친구들의 안경을 일부러 써보려 하지 않았다.
요즘은 안경도 하나의 패션이 되었다. 렌즈가 없는 안경을 쓰거나, 독특한 안경테로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순히 잘 보기 위해 착용하는 도구를 넘어,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심지어 시력이 좋지 않아도 안경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콘택트렌즈가 등장했고, 시력 보호와 스타일을 모두 고려한 선글라스도 다양해졌다.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경은 어느새 하나의 감성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익숙한 도구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 같은 물건이다. 눈앞의 세상을 또렷이 보여주는 기능을 넘어, 마음속 감정까지 담아내는 창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 안경을 통해 세상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고, 또 다른 이는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렌즈 너머로 비치는 세상은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