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개인적으로 점심시간을 항상 좋아한다. 오전 업무의 고단함과 오후 업무의 피로감을 풀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현역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3~4개의 반찬과 밥과 국. 기본으로 정해져 있던 식단은 누군가에게 ‘짬'으로 불리었지만 나에게는 영양가 있는 식단이었다. 매일 제공되는 새로운 반찬이 내 입맛에 딱이었다.
식사시간. 생각만 해도 즐거운 자리 아닌가? 식사를 한다는 것은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는 즐겁지 않을 수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라면 식사 시간도 거르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대대급 참모 시절에는 주요 직위자들의 식탁이 별도로 제공되어 그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자리, 소화 불량까지 경험한다는 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즐거운 자리였다.
서로 바쁜 업무에 오전을 보내다 만나는 식사 자리. 이곳에서 원샷 원킬로 업무를 종결한다. 왜냐고? 식사시간은 즐거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전투력 손실이기 때문이다. 이 즐거운 시간을 나의 무대로 정한다.
“지시하신 업무에 대해 오전에 확인 한 결과, A와 B 방안을 도출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A 방안이 더 효율적인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배경은 ~”이라는 구두 보고는 보고서를 대체한다.
“그래? 그럼 알겠다. 네가 확인 한 대로 해봐"라는 상급자의 피드백은 중간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 소모를 없애버린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 모습이던가.
군대는 행동의 집합체이지만 공무원 집단이기에 행정서류는 필수 가결한 요소다. 서로의 목표와 방향이 명확하다면 최초 보고 와 최종보고로서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이다. 중간보고도 필요하지만, A4 용지 몇 장에 들어가는 노력의 낭비를 즐거운 식사 시간에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마무리가 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무엇을 먹을지 메뉴 선택의 고민도 필요 없었던 현역 시절.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향수가 가득한 곳이지만, 그 시절 배웠던 식사시간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 상급자가 불편한 관계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