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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생일

생일

by FreedWriter


가장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 7월 중순. 그중 하루가 내 생일이다. 가정을 꾸리기 전에는 왁자지껄이었다. 술자리를 좋아했기에, 생일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지인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를 마구 만들어서 함께 했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나의 생일은 그저 지나가는 하루 중의 하루였다.

어릴 때는 설 명절과 추석 명절,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상황에 맞는 분위기가 가득했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송편도 빚고, 만두도 만들고, 성묘도 하며 윷놀이도 하고 온 친척들이 모여 그동안 못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던 명절의 모습과, 크리스마스 때면 으레 돌렸던 크리스마스카드, 길거리에는 끊이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와 동일한 나만의 명절. 내 생일은 항상 방학 때였기에 많은 친구들과 나누진 못했지만 명절과 크리스마스에 버금가는 날로 정했었다. 선물은 얼마나 받을까,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 날을 기대했었다.

생생하던 명절과 크리스마스의 즐거움과 기대감이 눈 녹듯 사라지듯 내 생일의 존재감도 그렇게 같이 사라졌다. 내가 태어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신 어머니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철이 들면서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태어나니 그 감정은 더해졌다. 겨울에 태어난 첫째 딸과, 가을의 길목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로 인해 그 감정은 더해졌다. 건강하게 태어나 준 것고 고맙지만 아무 탈 없이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 준 아내에게도 너무 감사한 것이다. 출산을 경험하는 모든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그렇게 내 생일 때는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조용하게 보냈다. 부모님과 식사같이 한 번 하는 것이 효도라 생각 들었고, 그렇게 보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인생 처음으로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참석하기 위해 주말 출타를 가족에게 승인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기대하고 설렘을 품으며 기다렸다. 그러던 중 참여하기 전 날 가족에게 온 메시지 하나.

“토요일 저녁, 시댁 부모님 초대해서 저녁 먹기로 했으니까, 모임 끝나고 빨리 와.”

“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끝나는 시간 정해져있다며, 본인 생일이라서 부모님 모시고 식사하려고 하니까 일찍 와.”

설렘과 기대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왜 하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 하는 모임이지만, 분명 끝나고 나면 이어지는 식사 자리가 있을 것이고, 처음 만나는 분들이지만 또 언제 뵐 수 있을지 모르는 분들이기에 오래 같이 하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가족의 말에 후다닥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서둘러 복귀했다.

웬걸. 집에 도착했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실에 차린 교자상에 온 갖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샤부샤부에 잡채에 다양한 밑반찬. 두 아이들과 장 보고 이 음식을 준비했다는 것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핸드메이드 음식이라니.. 내 생에 가장 큰 생일상이었다. 이어 도착하신 부모님도 차려진 상을 보시곤 “아이고 우리 며느리;;”라며 고생한 모습을 격려하시고 칭찬해 주셨다.

아버지와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잔하는 소주의 맛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맛과 시간이었다. 입이 짧은 나지만, 어떻게든 맛있게만 먹어야 하는 일생일대의 가장 큰 과제기도 했다. 4시간 가까운 즐거운 시간을 정리하는 것은 나의 몫. 오늘은 신세기의 도움을 받았다.

여운이 짙었던 이른 생일상을 받고 이틀 뒤에 맞이한 당일은 평범한 월요일.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한 축하 선물을 받았다. 독서모임 멤버들의 끊임없는 축하 메시지. 함께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따뜻할 수 있는 모임이던가. 하루 종일 축하 메시지 보는 재미로 웃음이 절로 났다.

이어진 저녁시간. 이번에는 부모님이 오신단다. 주말에 뵈었는데 또 오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정중히 사양해도 주말에 식사는 며느리가 준비한 거라 시며 오셔서 손주들이랑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다.

우연의 일치였나. 당일 미라글모닝의 글감이 ‘효'였다. 그래서 그러시라고 하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함께 했다.

이렇게 2박 3일 동안 이어진 마흔의 생일. 잊지 못할 생일의 기억이다. 거하게 생일상을 차려준 아내와 아낌없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준 독서모임 멤버들, 그리고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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