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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거기 있었니?

먼지

by FreedWriter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살짝 햇살이 비칠 때, 비로소 살아서 흩날리며 나의 시선에 와닿는다. 분명 없었는데, 청소할 때 보이지 않았는데 고개를 다시 돌아보면 어느새 다시 거기에 앉아 있는다.

그렇다. 먼지다.


먼지에 대한 추억은 또 군 생활의 기억이 또렷하다. 3사관 학교 가입교 시절, 사관생도의 신분으로 전환되기 위해 악에 받치는 5주 동안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5주 동안 사람은 변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으니 5주의 기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눌러쓴 검은색으로 짙게 칠해진 방탄모와 손에는 항상 흰색 수갑을 착용하고 다닌 지도생도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지만 항상 얼차려만 받은 것 같다. 취침 전 점호 시간. 생활관 동기들과 힘을 합쳐 깔끔하게 청소를 했음을 자부하며 검사를 받았다. 여전한 흰색 수갑. 손이 다친 건지,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지만 항상 착용한 흰색 수갑의 용도를 그제야 알았다. “하늘 보이는 모든 면은 깨끗이 닦습니다!”라는 지도 생도들의 외침은 하늘 보이는 모든 면을 확인하겠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흰색 수갑으로.


기가 막히다. 어찌 저렇게 잘 찾아낼까. 우리는 분명했는데 지도생도의 흰색 수갑은 살짝 어긋나 있었다. ‘우리 생활관이 아니라 다른 생활관에서 묻혀 온 거 아냐?’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지만, 이내 내린 불호령. “청소 똑바로 안 해? 엎드려!”


억울하지만 어쩌겠는가. 먼지는 그렇게 우리에게 얼차려를 부여해 주는 악한 친구로 남았다.


집에서 청소할 때도 마찬가지. 분명 먼지를 털었는데 어느샌가 다시 쌓인다. 참 신기하다. 먼지를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는 것인가. 먼지를 없앨 수 있다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먼지가 주는 이로움도 있을까? ‘지식이 없으면 검색이라도 해봐라.’라는 지휘관의 가르침이 문득 기억난다. 그래서 초록색 창에 검색을 했다. 없다. 먼지가 주는 이로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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