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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여행기

무전여행

by FreedWriter

첫째 딸아이의 첫 번째 방학이 이번 주밖에 안 남았다. 그동안, 학교 방과 후 활동과 돌봄, 태권도 승품 심사 준비로 인해 학교와 태권도장을 반복해서 다니고, 아내의 바쁜 부대 업무로 인해 방학기간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무작정 떠났다.


두 아이를 데리고 다녀와야 하기에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바닷가. 제부도로 향했다. 잠옷 한 벌, 외출복 한 벌, 수영복 한 벌씩 만 챙기고 무작정 떠났다.


숙소는 알아보았지만, 예약하진 않았다. 현장에서 알아보기로.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평소보다 일찍 하원 시켜 엄마 없는 아빠와의 1박 2일 무전여행 출발.


15시가 좀 넘어 도착한 제부도. 바닷길이 열려 있어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며 제부도로 들어가는데 케이블카가 보인다.


타고 싶다고 앙탈 부리길래 케이블카를 타 드렸다. 바닥이 보이는 조금 더 비싼 케빈.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알아보았던 숙소로 결정했다. 식사와 숙소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패키지. 성인 2명 이상부터 가능하다 했지만, 아이 2명을 데리고 온 아빠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성인 2명 가격으로 해주신단다.


머릿속으로 빠른 계산을 해 본 결과, 저녁부터 야식, 아침까지 해결할 수 있고, 잠이야 어차피 씻고 잘 수 있는 곳이면 충분했기에 바로 결정.


근처 갯벌을 가보니 물이 거의 다 차있어서 물장구만 치고 아쉬운 마음은 내일 달래주기로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삼겹살 구이부터 조개까지 이어지는 저녁과 야식 메뉴는 혼자였지만, 술 없이는 견디기 힘든 메뉴였고, 아이들을 먼저 챙겨 준 뒤, 고독한 식사를 시작.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들며 내일의 일정에 대해 약속하며 꿈나라로 향했다.


아침 식사는 08시 30분부터 시작. 오늘의 일정은 08시 30분에 바로 식사하러 가서 9시까지 마무리하고 갯벌에 갔다가 10시 30분에 마무리하고 돌아와서 씻고, 11시 체크아웃 하는 것이 나만의 원대한 계획.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피곤이 채 풀리지 않은 모습으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아침 식사를 하러 간 시간은 09시.


‘아. 완전 틀어졌다.’


하물며, 밥도 잘 먹지 않는다. 상차림은 정말 진수성찬이었으나, 입맛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상차림이었다.


갯벌 체험하러 가려면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압박에 꾸역꾸역 넣는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를..


어제 봐 두었던 갯벌 입구 앞. 간단히 씻을 곳이 있었기에 수영복만 입히고 바로 체크아웃.

아이들에게는 선크림을 듬뿍 바르라고 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바르지 못한 선크림의 보호막을 뒤로 한 채 갯벌 체험 장 앞 주차장으로 향했다.


10시 40분.

얼마나 즐길지 몰랐지만 무작정 갯벌로 향했다.

물이 정말 많이 빠져 있었다. 어제는 입구 앞까지 물이 꽉 들어차있어서 발만 담그고 놀았지만, 물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두 다리와 체력이 필요한 거리였다.


“물 있는 곳까지 가볼래?”


갯벌의 구멍이란 구멍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구 파대고, 소라게를 파브르급으로 관찰하고 있던 두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네! 갈래요!”


아빠의 속 마음은 모른 채 답한다.


뚜벅뚜벅. 걸어간다. 물이 빠지고 있어서 더 걸어간다.

중간중간, 발이 빠졌다며 구해달라는 라미. 조개를 주었다며 자랑하는 여니.


드디어 다다른 바닷물. 근처에는 갈매기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새우깡이라도 던져달라는 눈빛으로 말이다. 새우깡은커녕 물 한 통도 챙겨오지 않은 준비성 제로인 아빠는 목덜미가 뻘겋게 달아올라 있지만, 갯벌과 바닷물을 무한 반복하며 다니는 여니와 라미를 향해 추억을 저장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둔다.


시계를 보니 11시 50분.

나가고 싶다.


“이제 다 놀았으니 나가자!”


“아니야! 아직 더 놀아야 해요!”


“아빠 말 잘 듣기로 했지?”


“네~ 알겠습니다!”


순순히 따라주는 여니와 라미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걸어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노래 4곡 가까이 들으면서 나왔으니 16분 정도.. 많이도 걸었다.

갯벌 입구 앞에 마련된 간단하게 씻을 수 있는 곳에서 물로만 대충 씻겨 주고 차 안에서 급히 옷을 갈아입힌다.


12시 40분.

칼국수를 좋아하는 두 아이들에게 바로 옆에 있는 칼국수 집으로 가자고 협상을 시작한다.


“집 앞에 있는 칼국숫집 갈래!”


여니는 승인을 했지만, 라미는 투정을 부린다.


“거기도 맛있는데 여기도 맛있어~, 놀러 왔으니까 여기서 먹어보자~”


다행히도 협상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웬걸. 시원한 내실이 아닌, 외부에서 먹자고 한다. 아.. 이런.. 더운데..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놀러 왔으니 원하는 모든 걸 해준다.

바지락칼국수 1개와 해물칼국수 1개를 주문하고 나오기 전까지 유튜브 시청을 허락해 준다.

음식이 준비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니와 라미를 먼저 챙겨준 뒤 나도 흡입을 시작한다.

다행히 맛있다고 잘 먹는다. 고맙다.


식당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다. 편의점을 알아본 두 녀석들은 다 먹었으니 킨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달란다.

둘 중에 하나만 사줄 것을 선포하니 초콜릿을 선택한다. 초콜릿을 사주고, 잘 마시지 않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같이 샀다. 한 시간을 달려 운전해야 하는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절대 잠에 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여니와 라미는 20분이 지나자 스르르 잠이 들어버린다.

피곤함과 자동차의 미세한 주파수의 떨림은 잠을 부르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선물은 나에게도 찾아왔지만 허벅지를 세차게 꼬집어가며, 시원한 아아 한 잔을 마셔가며 무사히 집에 도착.


집에 도착하자마자 1박 2일 동안 쌓인 빨랫감을 세탁 돌리고, 여니와 라미에게는 바로 샤워를 하라 하고 나도 여행의 여정을 풀기 위해 샤워하고 나온다.


이 녀석들. 에너지가 충전이 됐나 보다.


자전거를 타러 가자는 등 노래방을 가자는 등


하… 피곤하고 힘든데…


자전거보단, 노래방을 선택했다.


노래방, 노래방을 노래하듯 나의 뇌리에 세뇌 시켰기에 근처 코인노래방을 찾아 한 시간을 계산하고 들어간다.


아이들의 체력은 무시무시하다.


100점 맞았다고 5분 추가.. 끝나기 직전 10분 추가.. 무려 75분간 쉬지 않고 노래를 불러댄다.

나는 옆에서 노래할 힘은 없지만, 휴대폰의 노션 앱을 열어 육아일기를 쓴다.


‘아… 힘들지만.. 1박 2일의 여정도 끝이 나는구나.. 너희들만 즐거웠다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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