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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의 불청객

열대야

by FreedWriter

아주 무더운 한 여름.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열대야라는 단어는 익숙한 용어로 다가온다. 사전에는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무더운 밤’이라 정의하지만, 내 몸은 굳이 사전을 펴지 않아도 안다. 잠들기 전, 샤워하고 이불에 누운 순간, 피부에 달라붙는 식지 않은 열기의 공기, 베개에 스며드는 땀방울이 “오늘은 열대야야”라고 속삭인다.


에어컨을 켜면 잠시 북극에 온 듯한 낙원이 펼쳐진다. 하지만 전기세 폭탄이라는 지옥의 문도 사브작 열리는 기분이다. 한여름의 전기 요금 고지서는 마치 3주 동안 체험했던 공수훈련의 무거운 피곤함의 어깨에 쌓여있는 곰 백 마리처럼 무겁다. 덕분에 에어컨은 오래 틀지 못하고, 한 시간의 예약을 설정해두고 선풍 키를 켠다. 문제는 선풍기가 내 얼굴부터 발가락까지 바람을 불어줄수록 몸은 서서히 오돌오돌 해진다. 선풍기도 역시 타이머를 설정해 준다. 선풍기를 켜고 자면 빨리 죽는다는 미신이 기독교인 나에게도 알게 모르게 적용된다.


이 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선풍기 타이머” 게임이다. 30분이 적당할까, 1시간이 나을까. 타이머가 꺼지는 순간, 방 안의 공기는 기적처럼 뜨거워진다. 더운 열기로 인해 잠에서 깬 나는 정수기의 냉수를 찾고 냉장고 문을 열어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식힌다. 이성을 찾다 보니 꿈결 속에서 냉장고 문을 열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물론 현실에서는 여전히 땀에 젖은 채 뒤척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열대야는 묘하게 여름의 맛을 완성한다. 이 불편함마저 없으면 여름이 심심할지도 모른다. 이왕 잠 못 이루는 김에, 창밖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자동차의 배기 소리를 들으며 읽고 싶던 책의 한 페이지를 읽으며 스스로에게 위로한다.


“그래, 여름이니까 덥지, 조금만 참으면, 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거야.”


비가 오는 오늘.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너의 빛나는 수요일이라는 군인 커뮤니티의 저자 강연회. 너무나도 아끼고 친한 후배의 강연이 임팩트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비도 오고, 평상시보다 선선한 날씨에, 더 시원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고생했네! 잘 들었다 최작가!, 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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