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매년 벽에 걸린 달력 새로워지지만, 각 달마다의 색깔은 언제나 다르게 다가온다.
어떤 달은 유난히 햇살이 가득했고, 어떤 달은 이상하리만큼 그림자가 짙었다.
나에게는 7월과 9월이 늘 쉽지 않았다.
진급 발표가 겹쳤던 7월은 생일의 설렘보다 무거운 부담이 앞섰다.
그리고 9월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가족과 다툼이 잦아 유난히 마음이 힘들었다.
반대로 5월은 유난히 환했다. 가족의 달이라 그런가, 꽃이 피어나듯, 내 마음에도 밝음이 깃들었던 달이었다.
이상하게 반복되는 듯한 이 흐름 속에서, 나는 때때로 다짐했다.
“힘들었던 달은 조심하자. 올해는 조금 더 잘 보내자.”
하지만 다짐이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오히려 더 힘겹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한 영상에서 마음이 멈추었다.
“인생을 되돌아보면, 좋은 순간과 힘든 순간은 거의 반반이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좋았던 기억만큼이나 힘든 기억도 분명 내 삶을 이루는 한 축이었다.
만약 인생의 절반을 ‘후회’라는 이름으로만 붙잡고 산다면, 그건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 아닐까.
힘들었던 시간조차 내 삶의 중요한 일부다.
그 안에서 나는 견디는 법을 배웠고, 다시 웃을 힘을 길렀다.
어쩌면 달력 속 힘든 달들은 나를 단단하게 다져준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해마다 달력은 바뀌지만, 나의 삶은 쌓이고 자란다.
밝았던 달도, 힘들었던 달도 모두 내 인생이라는 책의 소중한 장이다.
결국 그 달력 위에 새겨진 시간들은 하나하나 나를 성장으로 이끄는 발자취였다.
그래서 올해의 달력 앞에서는 이렇게 다짐해 본다.
“기억 속 힘든 달에도 감사하자. 그 순간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