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랑을 추억한다는 것]이라는 짧은 글을 읽었다. 저자는 사랑은 환상이라고 말한다. 모르는 게 많아야 사랑은 유지되기 때문에, 현실이 개입하면 환상은 힘을 잃고 사랑은 희미해진다고. 즉, 알아 간다는 것은 어떤 사람의 공백을 채워가는 과정이며 다 채워지면 안정된 관계는 유지되지만 낭만적 사랑은 떠나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친구, 동료에서 연인이 될 수 있는 시기가 있다고 믿는다. 남녀가 너무 오래 친구로 지내다 보면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그만큼 이성적 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뜨겁게 사랑했고 결혼하여 오랜 기간 가정을 이룬 부부에게 서로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사랑은 무슨 남사스럽다며 정으로, 의리로 살아간다고 한다. 주변에서 많은 실례들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옮긴이의 통찰은 어느 정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어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과 사랑의 감정은 정말 이율 배반적인 것일까.
누군가를 입체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처음 느꼈던 흥분과 타오르는 열정은 옅어져 갈 수밖에 없다. 사랑의 달콤함에 취해있을 때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지만 시간은 술뿐 아니라 도취적 사랑 역시 해독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가장 아름다운 10%만 보여 준다고 하니 확률적으로 봐도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사람의 숨겨둔 장점보다는 단점을 찾게 될 확률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느 정도 낭만적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변하기 쉽지 않지만 변할 수 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면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로움 역시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관성을 이겨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변화의 힘은 강력하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 변화는 스타일, 몸매 등 우리가 흔히 외모라고 얘기하는 것부터 삶의 방식, 대화, 관심 등 삶의 모든 부분에서 발생 가능하다. 낭만적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늘 한 명의 이성으로서 대하고, 나 또한 그렇게 비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약속을, 결심을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지켜 나가야 한다.